‘민어(民魚)' 는 8~9월이 수요가 가장 많다. 이는 여름철 보양식과 추석 차례상에 올리기 위함으로 보인다. 

민어가 대중에게 알려진 시점도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다. 국민 총생산량이 오르면서 외식 문화와 먹방 열풍이 불기 시작할 무렵인 2000년 중반, 민어는 각종 TV 프로그램과 보도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전에는 아는 사람만 알음알음 찾아 먹던 남도의 별미였을 뿐, 지금과 같이 예약 주문을 하고, 복날에 챙겨 먹어야 할 보양식까진 아니었던 것. 

그래서 알아보았다. 

"여름 보양식의 대표 주자로 급부상한 민어의 모든 것”

 

#. 민어에 대해서

표준명 : 민어(농어목 민어과)

방언 : 불둥거리(완도), 홍치(법성포), 가리, 통치(어린 민어), 퉁치(고흥)

영명 : brown croaker

일명 : 니베(ニベ)

전장 : 1m

분포 : 한반도 서해, 남해, 제주, 동중국해, 남중국해

음식 : 회, 무침, 탕, 전, 구이, 튀김, 건어물

제철 : 여름(6~9월)


 

#. 특징과 생태

민어는 따듯한 난류를 따라 남북으로 이동하는 계절성 회유어다. 겨울에는 제주도 인근 해상에서 월동을 나고, 이듬해 봄~여름이면 남해와 서남해로 진출한다. 과거 60년도에는 연평도 앞바다까지 진출했으나 서식지 환경의 변화와 남획으로 인해 격포 앞바다까지 진출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주산지는 전라남도 신안 앞바다와 군산, 고흥 일대이다. 

새우, 게, 두족류 및 작은 어류를 먹고 성장하며 다 자라면 몸길이 110cm 이상, 무게 20kg에 이른다. 50~60cm 미만은 ‘통치’라 부르며 현재 33cm 이하는 포획 금지다. 


 

#. 원 명칭은 ‘면어’였다.

민어는 농어목 민어과에 속한 어류로 ‘큰민어’, ‘홍민어’,. 다음으로 크게 성장하는 대형 ‘크로커(croaker)’이다. 같은 과 어류로 법성포 굴비로 유명한 참조기를 비롯해 부세, 수조기, 황강달이(황석어)가 있는데 그만큼 우리 민족은 민어과에 속한 생선을 선호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민어의 원 명칭은 우리가 알던 민어가 아니었다. '민어'로 부르게 된 유래를 찾아보면 엉뚱하게도 발음의 편리성에 기인한다. 

한자어로는 백성 '민(民)'에 고기 '어(魚)'자를 쓰는데, 그러다 보니 마치 백성이나 서민이 흔히 접하는 물고기로 오인하기 쉽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흔하디 흔한 민어였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선박과 어로기술이 발달하지 못했던 과거에는 이 민어가 개체 수와 상관없이 엄청나게 귀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처럼 운송 수단도 마땅치 않았을 뿐더러 냉장 기술도 좋지 못했기에 내륙 사람들이 싱싱한 민어를 맛보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운 일이다. 

민어는 백성이 잡아도, 먹는 사람은 주로 임금을 비롯한 왕실 고위 관료들인 것. 

이시진의 '본초강목(本草綱目)'을 살피면 민어라는 이름의 유래가 나오는데 주로 '석수어(石首魚)'와 '면어(鮸魚)'로 기록하고 있다. 

여기서 석수어는 민어 대가리에 이석이 있기 때문이고, 우리가 눈여겨볼 것은 '면어(鮸魚)'다. 

면어는 조기와 생선을 의미하는 면어(鮸魚)로 '면(鮸)'을 쉽게 부르기 위해 '민(民)'으로 바꿔 불렀고 그것이 오늘날까지 민어라 불리게 된 시초가 됐다. 

임금은 이 특출한 민어 맛을 백성들과 함께 나누고자 '민어'라 불렀다는 설도 있지만, 알고 보면 백성과 상관없는 물고기였던 것이다.

 

 

 

#. 민어로 둔갑되는 다양한 민어과 어류

특출나게 맛있는 여름 횟감을 맛보기 쉽지 않은 소비자들에게는 민어만큼 반가운 존재도 없었을 것이다. 

매스컴에선 앞다투어 여름 횟감, 여름 별미, 여름 보양식이란 이름으로 민어를 소개했고, 최근 몇 년 간은 민어가 떠오르는 여름 보양식이 되었다. 때문에 초복의 풍경도 바뀌었는데 삼계탕 일색이던 초복 메뉴에 민어가 끼어들게 된 것. 

그러다 보니 값비싼 민어를 이용해 차익을 노린 신종 둔갑도 기승을 부렸다. 민어로 둔갑되는 대표적인 어종이 홍민어(점성어), 큰민어, 꼬마민어다. 

 

 

 

- 홍민어

점성어로 유명한 홍민어는 현재 중국에서 양식으로 들어오며 대부분 회와 초밥으로 이용된다. 

저렴하면서 가성비 높은 수율이 특징인 홍민어는 지역 수산시장은 물론, 횟집과 초밥집에 두루두루 이용되는데 가끔이지만, 일부 관광지에서 민어로 판매하다 적발된 사례가 있는 만큼 일반 소비자는 주의가 필요하겠다. 

점성어는 이름 그대로 꼬리에 난 점으로 쉽게 구별된다. 대가리는 민어보다 크고 둥글둥글하다. 전반적인 몸 빛깔이 누렇기 때문에 살짝 붉은기가 도는 민어와 구별된다.

 

 

 

- 큰민어

최근 중국산 양식 민어란 이름으로 팔리는 이 어종은 우리가 아는 여름 보양식 민어와는 아무런 상관 없는 어종으로 자연산은 일본 남부 지방에 서식한다. 

다 자라면 1.8m에 육박하기에 민어과 어류 중에선 초대형에 속한다. 성장속도가 빨라 일찌감치 양식으로 길러졌고, 한국의 민어 마케팅에 숟가락만 얹으려는 일부 비양심 상인에 의해 ‘양식 민어’로 판매되는 실정이다. 

kg당 가격이 3만 원을 넘어서는 민어와 달리, 큰민어의 가격은 절반 수준이다. 민어 부위 중 별미로 손꼽히는 부레도 이 어종에서는 기대하기 어렵다. 

홍민어와 큰민어의 부레는 작고 쪼그라들어 볼품이 없을 뿐더러 씹으면 껌처럼 질겨 식용하기 어렵다. 

 

 

 

- 꼬마민어

작년 여름과 올해 초, 모 대형마트가 ‘민어탕’ 재료로 이 어종을 판매했다 시정조치를 받았다. 바로 인도네시아산 꼬마민어로 맛이 떨어지는 열대성 민어를 마치 민어처럼 팔다 적발된 사례다. 

당시 필자가 이 부분을 지적했고, 기사화한 뒤로 해당 마트는 전량 수거 및 판매 중지한 사례가 있었다. 

참고로 국내에는 진짜 민어가 양식 중인데 활어가 아닌 탕감으로 포장돼 마트로 납품 중이다. 따라서 수조에서 팔팔하게 헤엄치는 민어는 대부분 홍민어나 큰민어이다. 

국산 자연산 민어는 대부분 선어 횟감으로 유통되며, 일부 활어로 유통되는 것은 부레가 부풀어 몸이 뒤집어진 상태임을 유념하자.

 

 

 

#. 민어와 낚시

해마다 7~9월 사이면 민어 낚시가 행해지는데 주로 고흥 나로도 앞바다를 비롯해 완도, 해남, 신안, 군산에서 이뤄진다. 

낚시 방법은 생미끼를 이용한 외수질이며, 주로 산 흰다리새우를 바늘에 꿰어 바닥에 내린다. 이후 고패질하는 과정에서 입질을 받는데 낚시 방법 자체는 매우 단순하다. 

마릿수 낚시가 아닌 3~10kg급 민어 2~4마리를 노리며, 워낙 고급 어종으로 주목받다 보니 한 마리를 잡아도 만족도는 큰 편이다. 최근에는 전남 일대 갯바위에서 원투낚시로 잡히곤 했다.

 

 

 

 

 

 

 

#. 민어의 식용

민어는 우리 국민이 선호하는 맛을 두루두루 갖추었다. 살은 부드러우며, 비린내가 적고 담백하다. 

최근에 들어서야 귀한 활어회로 맛보거나 혹은 이케시메나 신케지메 같은 난이도 높은 전처리를 통한 숙성회 전문점도 생겼지만, 예전에는 그저 선어회로 먹었던 횟감이었다. 

별미인 부레는 찐득한 식감과 고소한 지방 맛이 어우러지고, 회를 치고 난 자투리 살로 전을 부치는가 하면, 뼈는 훌륭한 매운탕감이다. 

무엇보다도 민어 뼈는 푹 고았을 때 구수하면서 감칠맛 좋은 국물이 우러나오기 때문에 다른 생선 매운탕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 

지금이야 쇼핑몰, 수산시장을 통해 언제든 민어회를 접하지만, 그래도 산지에서 먹는 맛에 비할 수 있을까 싶다. 

여름철, 목포와 신안 일대를 방문하게 된다면 낚시도 좋지만, 편하게 한상 차려 먹는 민어 코스를 그냥 지나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