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참돔 낚시라고 하기에는 씨알이 잘아 상사리 낚시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초여름부터 시작되는 덕우도 참돔 낚시는 국도, 좌사리도에서 펼쳐지는 대물 참돔 낚시와 조법에서 차이가 있다. 단단한 채비로 무장해 150m 이상 흘린 다음 우악스러운 입질을 받아내는 대물 참돔 과 달리 전방 30m 섹터 안에서 감성돔 낚시하듯 흘리다 입질 받는 그래서 감성돔부터 참돔, 돌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어종을 노릴 수 있는 패턴이 주를 이룬다. 

한 가지 무시할 수 없는 것은 30~40cm급 상사리가 올라오는 와중에도 50~70cm급에 달하는 참돔과 감성돔이 함께 선보인다는 것. 그래서 찾아가게 된 곳은 전남 완도군에 있는 덕우도이다. 덕우도는 황제도로 가는 길목에 있는 작은 섬이지만, 송도, 매물도, 구도 등 부속섬이 많아 사계절 다양한 어종이 나오는데 비해 시즌 초반에는 낚시객이 많지 않아 포인트 진입이 비교적 수월하다는 이점이 있다.

 

문제는 이번 출조가 필자의 낚시 인생에서 처음 겪는 1박 2일 야영 낚시라는 점이다. 그 동안 몇 차례 비박 낚시를 했지만, 30시간 동안 고립된 갯바위에서 논스톱 낚시를 해본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내린 자리는 덕우도 부속섬 중 하나인 송도. 맞은 편에는 구도가 있어 섬과 섬 사이로 물골이 형성되는 자리이다.

 

 

 

# 나의 채비와 장비

낚싯대 : 시마도 베이시스 이소 1-530

릴 : 다이와 임펄트 2500 LBD

원줄 : 토레이 하이포지션 2.5호

찌 : 쯔리겐 한국치누 0.8호 / -0.8호 수중찌

목줄 : 쯔리겐 제로알파 1.7호

바늘 : 감성돔 바늘 5호

 

이곳 수심은 8~10m. 상황은 파도와 바람 한 점 없는 고요한 바다였다. 나는 여부력을 줄이기 위해 B봉돌 하나를 목줄에 달아주고 시작했다. 이날은 날씨가 너무 조용한 게 오히려 걱정이 됐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조류가 완전히 죽어버리는 2~3물이다 보니 씨알급 참돔은커녕, 고기 다운 고기를 걸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AM 5:00. 오전 9시 간조를 앞두고 중썰물이 한참이라 참돔을 노릴만 했지만. 조류가 가다 서기를 반복했다. 역시 우려한대로 조류 속도는 더뎠다. 다만 지금은 일출 직전. 여명이 트는 이 시각에는 정지된 조류마저도 무색케 할 정도로 좋은, 바로 참돔 낚시의 기회가 아닌가?

찌 매듭을 10m로 맞췄더니 한 차례 밑걸림이 있어 1m를 쭉 올리고 흘렸다. 순간 가만히 떠 있던 찌가 총알처럼 빨려 들어갔다. 꾹꾹꾹 몇 번 하더니 이내 힘이 풀려 올라온 녀석은 때깔이 예술인 참돔. 아니 상사리.

오랜만에 낚아보는 바다의 미녀였다. 그 뒤로 올라온 녀석은 미역치. 읔. 미역치는 수온이 안 좋을 때 올라와 감성돔 낚시에서 적신호를 주는 어종.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바닷물을 만져보니 물이 생각보다는 차지 않았다. 다시 크릴을 꼽아 던지는 데 이번에는 채비가 정렬되자 마자 동시에 찌가 빨려 들어갔다. 찌가 어찌나 빠르게 들어가는지 손맛 보기도 전에 찌 맛부터 톡톡히 즐겼다. 이런 건 타이밍 잴 필요 없이 곧바로 챔질!

 

 

 

"오! 이번에는 힘 좀 쓴다."

낚싯대를 세운 내 어깨에 모처럼 힘이 들어갔다. 그런데 뒷심이 부족하네.

 

 

 

바다의 미녀가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올라온다. 그런데 먹성이 왠지 모르게 급해 보인다. 찌는 총알처럼 들어갔지만, 채보면 바늘이 아슬아슬하게 걸려오니 챔질 타이밍을 1초 정도 늦게 해야 했다.

 

 

 

이날 30시간 논스톱 갯바위 낚시를 하게 될 파트너. 그룹 '엑시트'의 리더이자 베이스 보컬을 맡고 있는 영준씨. 그의 첫수는 쥐노래미로 당첨되었다. 지금까지는 방파제에서 줄곧 작은 볼락과 어랭이를 위주로 낚은 게 전부여서 이만 한 쥐노래미는 처음이라고 한다. 

쥐노래미가 잡히자 나는 수심을 1m가량 더 올리라고 조언해 주었다. 시즌 초이긴 하나 이때는 새벽이고 수온도 좋아 감성돔과 참돔이 바닥에서 떠서 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조류는 아주 느리게 흐르며 제 찌를 갯바위 직벽 가장자리로 밀고 있었다. 채비를 걷을까 말까 고민하는데 직벽 모퉁이에서 약 1m가량 떨어진 찌가 살짝 흔들리더니 천천히 가라앉았다. 약 한 뼘치 정도 들어간 찌는 잠시 멈칫하더니 다시 쭈욱 빨려 들어갔다. 전형적인 감성돔 입질이다. 

 

"챔질! 어어~ 힘이"

 

순간 바닥으로 내리꽂는 힘이 전해지자 LB(레버 브레이크)를 한 방가량 쏴주고 다시 쭉 끌어올렸다. 처박는 힘이 상당하다. 30cm 후반, 아니 40cm급 감성돔을 예상했다. 그런데 수면에 떠오른 녀석은 웬 기다란 물고기? 언뜻 봐서는 이게 무슨 어종인지 몰랐다. 일단 뜰채질로 올려보니 찌낚시로는 생각지도 못한 녀석이 올라오는 게 아닌가? 뭐야 이거.

 

 

 

서해에서는 장대라고 하는 고기인데 이거 완전히 속았다. 그나저나 갯바위에서 고작 1m 떨어진 직벽에 이런 녀석이 웅크리고 있었다는 것도 신기했지만, 바닥층 어종이 1m 이상 떠서 크릴을 주워 먹는 탐식성을 보아 전반적으로 활성도가 좋아 보인다.

 

 

 

이어서 영준씨에게도 입질이 들어왔다. 즐거워하는 저 모습을 보라. 이번에는 성대가 잡혔다. 초심자가 낚시에 재미 붙이기 딱 좋을 만큼 다양한 어종이 선보이고 있다. 영준씨는 아직 '돔'짜 붙은 어종을 못 낚아봤다고 하는데 이날 상황을 보니 징크스를 깨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 같다. 영준씨는 내 블로그를 통해 대리만족과 낚시 방법을 터득하면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인터넷으로 배운 것을 실전에서 써먹으려니 쉽지 않았다고 하더라. 

예를 들어, 찌가 살짝 잠길 때 이것이 밑걸림인지 입질인지 구분하는 방법을 글을 통해 배웠다고 해도 실전에서는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거였다. 낚싯대를 살짝 뽑아서 밑걸림인지 입질인지 파악할 수 있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경험하지 못한 것은 아직 '내 것'이 되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 출조에서 그것을 여실히 느꼈다고 한다. 찌가 살짝 잠기면 여분의 원줄을 감아들인 뒤 낚싯대를 천천히 뽑는데 이때 '토도독'하고 전달되는 입질을 여러 번 경험했었다. 반대로 밑걸림도 여러 차례 당했다. 그 과정에서 해초나 암초에 걸려 꼼짝할 수 없는 상황도 겪었으며 그럴 때마다 내가 빼 주곤 했다. 그 과정을 현장에서 지켜보면 전에는 겪지 못했던 경험을 자기 것으로 취할 수 있어 경험 많은 꾼과 함께 하는 것을 추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앞서 나는 10m에서 9m로 수심을 조절해 낚시 중이고 영준씨는 8m로 찌매듭을 맞춰서 흘리는 중이었다. 어쩌면 이런 호상황에서 1m 차이는 그리 큰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순간 영준씨에게 입질이 닿았다. 찌가 총알처럼 들어가다 보니 미처 보지 못한 영준씨.

 

"찌들어갔다. 빨리 챔질해!"

 

낚싯대 놀리는 게 좀 불안해 보였지만, 누구나 처음부터 능숙할 수는 없을 거다. 그런데 영준씨의 낚싯대가 제법 휜다. 

 

"우와~ 어떡해요. 힘이.. 힘이 장난 아닌데"

"천천히 낚싯대를 세우고 그렇지! 좀 뒤로 재껴도 괜찮아. 쭈욱 올려 그렇지. 그리고 릴을 감고 다시 쭈욱 올려."

 

주문한 대로 잘 해주는 영준씨. 꾹꾹꾹 차고 들어가는 휨새를 보아 참돔이 틀림없어 보였다. 
 

"파이팅은 급하게 올리려 하지 말고 그 상태에서 손맛을 즐기면 돼."

 

 

 

이날 갯바위 낚시를 처음 하는 영준씨. 처음 출조 버스에 오를 때, 덕우도가 있는 위치를 알려주자 한숨을 푹 쉬며, 낚시 한 번 하는데 이렇게 멀리 가야 하느냐던 그가 지금은 왜 이렇게까지 낚시하러 다녀야 하는지 조금은 이해했는지 모르겠다. 평소 시화방조제와 신진도에서 크게 못 벗어나던 10여년 전의 내 모습처럼 이 친구도 나와 똑같은 전철을 밟다가 한 방에 시공을 건너뛰어 처음으로 덕우도까지 내려온 이 날.

생애 처음으로 자신이 잡은 물고기 중 가장 큰 녀석을 맞닥트리게 되었다.

 

이번에는 좀 전에 낚은 참돔보다 더 강력한 입질을 받았다. 입질 받는 과정이 찌낚시의 정석과도 같았다. 

처음에 찌는 밑걸림처럼 자물자물 내려갔다. 나도 옆에서 찌들어가는 모습을 함께 지켜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견제를 해야겠다는 말에 그는 내 블로그에서 보고 배운 대로 낚싯대를 살며시 뽑아 올렸다. 그러자 갑자기 찌가 들어가면서 후킹이 돼버렸고 확인 챔질후 파이팅이 시작되면서 한 손으로 낚싯대를 가누기 어려울 정도의 힘이 전달되었다.

 

 

 

초심자에게 4짜 쥐노래미는 대물 중에 대물이라 봐도 손색 없었다. 이날 참돔도 처음 낚아봤지만, 모든 물고기를 통틀어 이렇게 큰 물고기를 낚아본 적은 처음이라는 영준씨. 덕우도의 고립된 갯바위에서 앞으로 30시간 동안 생존(?)해야 할 처지에 놓였지만, 이 순간만큼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을 것이다.

 

 

 

물때가 물때다 보니 참돔 씨알은 많이 잘았다. 이 정도 씨알로는 아무리 잘 포장해서 집으로 가져가도 살이 물러져 숙성회의 제맛을 느끼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어차피 나는 이날 고기 욕심을 완전히 버렸다. 잡은 고기는 방생급을 제외하고 전부 영준씨 줄 생각이었으니.

 

 

 

이날 새벽 5시부터 시작된 참돔 낚시는 오전 8시를 기점으로 마무리되었다. 간조를 한 시간 앞두고 모든 입질이 올 스톱! 많은 마릿수도 아니었고 씨알은 더더욱 아니었으나, 집으로 가져가 밥반찬으로 사용할 만큼은 되었다. 

서른 시간이라는 기나긴 야영 낚시에는 뭐니뭐니해도 체력 안배가 중요할 것이다. 더운 날, 탈진을 예방하기 위해 틈틈이 물을 마셔주는 것도 중요하겠고 텐트나 그늘막을 쳐서 한낮의 땡볕에는 낮잠을 자는 것도 좋다. 그러고 보니 이번 낚시는 꼭 마라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 양태, 성대, 참돔, 쥐노래미 등등 다양한 어종을 낚았기 때문에 뭘 꺼내서 먹어야 할지 고민 좀 되었다. 이런 게 골라 먹는 재미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그 고민은 얼마 가지 않았다. 지금 시즌, 가장 맛있는 어종을 고르면 되기 때문이다. 나는 무엇을 꺼내 들었을까? 


그 중 내가 선택한 횟감은 여름에 가장 맛있는 제철 생선이었다. 봄에 맛있는 참돔은 이미 늦어버려 제외했다. 그러면 봄부터 여름까지 맛이 좋은 쥐노래미와 양태(장대)가 남았다. 양태는 횟감보다 미역국이나 맑은탕(지리)을 위해 남겨두고 좀 전에 영준씨가 낚은 쥐노래미로 회를 쳤다.

 

 

 

여름 쥐노래미라 적당히 살이 올랐다. 11~12월에 산란기를 맞는 쥐노래미는 여름부터 살을 찌우기 시작하면서 회 맛도 절정에 이른다.

 

 

 

그 옆에 도시락까지 더하니 아침 식사 치고는 너무 푸짐해졌다. 식사도 했겠다, 다시 심기일전해 낚시해볼까 싶지만, 물때는 간조의 정조시간이다. 해도 높이 솟아버렸으니 참돔이 가까운 거리에 어슬렁거리지는 않을 것이다. 내 이럴 줄 알고 원투 낚시 장비를 가져왔다. 그런데 주문한 것과 달리 청개비가 들었네. 분명 참갯지렁이(혼무시)로 돌돔을 노려볼 생각이었는데 어쩔 수 없이 청갯지렁이로 생활 낚시를 해야 했다. 

그리고 이어진 캐스팅. 원투낚시는 워낙 오랜만이다 보니 폼이 좀 어색했다. 사진은 안 찍었지만, 던지자마자 방생급 노래미가 물고 늘어졌고 다시 미끼를 달아 던졌는데 이번에는 낚싯대가 제법 휘어졌다. 딸랑이가 마구 울리면서 낚싯대까지 가져갈 기세! 서둘러 낚싯대를 들었는데 제법 묵직했다. 만약 쌍걸이가 아니라면, 기대해 볼만한 씨알이다. 그런데 올라온 것은 기대했던 돌돔이 아니었다.

 

 

 

뜻밖에 참돔 두 마리가 쌍걸이로 올라왔다. (어쩐지 묵직하더라) 대물은 아니지만, 한 녀석은 그럭저럭 쓸만해 챙겨두고 작은놈은 방생. 
 

오전 11시. 고요했던 바다가 살짝 술렁였다. 갯바위 가장자리에는 그간 없었던 포말도 살짝 일어났고 갯바위 가장자리에 바짝 붙었던 거품띠도 그 간격이 살짝 벌어진 것으로 보아 이제 초들물이 시작되었음을 직감했다. 수심 8~10m 권의 직벽 포인트에 초들물이라. 비록 낮시간이지만, 한 번쯤 노려볼만하여 채비를 재정비하고 낚시에 들어갔다. 


채비는 B 전유동으로 바꾼 상태다. 미끼가 거의 바닥층까지 들어가자 찌가 자물거린다. 낚싯대를 살짝 뽑아들자 토도독하는 어신이 전달됐다. 토도독하는 걸 보아 잡어 어신일 확률이 80%이지만,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녀석을 낚아보았다. 올려보니 쥐노래미.


다시 크릴을 꼽아 던졌다. 전방 25m 부근에 던져놓고 베일을 닫은 다음 기다렸는데 이번에는 입질이 없다. 한참을 기다리다가 해가 높이 떠서 편광안경을 꺼내려고 자리를 떴다. 그리곤 안경을 꺼내면서 습관적으로 찌를 보는데 갑자기 찌가 총알처럼 들어간다. 어어어. 낚싯대를 잡으러 가기에는 조금 먼 거리. 서둘러 안경을 끼고 내려가는데. 곧바로 원줄이 펴지더니 낚싯대가 통째로 바다에 끌려가기 일보 직전. 

옆에서 낚시하던 영준씨가 바다로 끌려가는 내 낚싯대를 겨우 붙잡았다. 일단 낚싯대를 세우기는 했는데 챔질이 제대로 안 된 듯. 양손 모두 낚싯대를 쥐고 있는 영준씨가 힘겹게 낚싯대를 세우고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손맛을 느끼고 있던 찰나!

녀석이 난바다로 째며 수면에서 라이징을 하는 게 아닌가. 

 

"형 이거 어떡해요"

 

낚싯대를 간신히 세워 버티는 영준씨. 휨새로 보아 꽤 큰 씨알의 농어로 보였다. 낚싯대를 건내 받은 나는 확인 챔질 후 파이팅에 들어갔다. 그리고 한 3초 지났을까? 바늘이 벗겨지고 말았다. 채비를 회수해 보니 벗겨진 게 아니고 바늘 윗부분이 깔끔하게 잘려나간 것이다. 분명 농어로 보였는데 어째서 이빨 없는 농어가 목줄을 잘랐을까? 혹시 아가미뚜껑에 잘린 걸까? 

후자일 가능성이 점쳐지지만, 어쨌든 이 현상은 여전히 미스테리로 남았다. 아무래도 포인트 주변에 농어가 들어온 것 같았다. 놓친 고기는 언제나 커 보였지만, 농어 무리가 아직 붙어 있다면 확인할 기회가 있을 듯. 서둘러 밑밥을 치고 다시 던졌다. 좀 전에 찌들어간 바고 그곳. 그 부근에 채비가 닿자 또 한번 총알처럼 들어갔다. 챔질!

 

 

 

올려보니 40cm가 될까 말까 한 깔다구. 좀 전에 놓친 농어는 못해도 60cm는 넘어 보였는데 아닌가. 내가 착각한 걸까. 놓친 고기가 커 보인다는 게 이럴 때 쓰는 말인가. 이후로 농어를 노려봤지만, 지나가는 무리였는지 아무 반응이 없었다. 

때는 오후 4시. 물때는 만조에 이르렀고 찌낚시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해가 기울고 물때도 괜찮은데 바다는 쥐 죽은 듯 고요하고 나오는 거라고는 미역치 뿐. 뭔가 조짐이 안 좋다. 혹시나 싶어 원투 낚시를 시도했지만, 나오는 건 쏨뱅이. 물을 만져보니 오전과 달리 굉장히 차갑다. 아마 들물이 들면서 수온이 내려간 게 아닌가 싶다. 

곧 있으면 해 질 녘이라 또 한 차례 기회가 올 것으로 기대했는데 이런 분위기라면 저녁이 되어도 별 재미가 없을 듯. 되든 안 되든 해봐야 알겠지만, 그 전에 밥부터 먹고 기운 차려야 할 것 같다.

 

 

 

이후 저녁부터 밤까지 낚시했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다음 날 새벽 5시 30분. 텐트에서 잠을 청했지만, 제대로 잘 수 없었다. 어느 곳 하나 평평한 지형이 없었고, 그나마 평평한 곳은 경사가 기울어져 있어 자면서 자꾸만 몸이 흘러내리더라. 자다가 미끄러지면 다시 몸을 당겨서 눕고 그러다 미끄러지면 다시 당겨서 눕고. 갯바위에서 밤을 새운다는 건 정말 곤혹스러운 일이다. 

일출을 바라보며 썰물의 참돔 낚시를 시작했다. 수심 6m부터 바닥인 10m, 혹은 더 멀리 쳐서 12m까지 샅샅이 훑어봤지만, 생명체 반응이 없다. 어제가 2물, 오늘은 3물. 조류는 갈수록 죽어만 갔고 수온도 덩달아 내려가더니 급기야 청물이 들었다. 전날 새벽에는 내게 유리했던 물색과 수온마저 이날은 모두 잃어버리고 말았으니 낚시가 될 리 없었다. 불과 하루 사이에 바다 상황이 180도 바뀌어 있었던 거였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로 바뀔 줄이야. 그래서 아침 동안 낚은 것은 미역치 몇 마리로 끝.

 

 

 

모두 영준씨에게 줬다. 마침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으니 반찬용으로 챙기기엔 딱이다. 아직 철수배가 오기에는 30분이나 남았으니 그 사이 손질을 깔끔히 해서 쿨러에 넣어줬다. 생선의 사용처도 분명히 해두었다. 양태(장대)는 그대로 토막 내 미역국이나 맑은 탕감으로 사용하고 참돔은 구이와 찜용으로 그 외 성대나 노래미 종류는 매운탕을 끓이라 하였다. 깔다구(농어) 한 마리는 지지고 볶든 알아서 처리를.

이런 서비스는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듯. 다음에는 직접 손질을 하게 하거나 알려줘야겠다. 허리가 아파서 원 ^^;

 

 

 

서른 시간 동안 진행한 덕우도 참돔 낚시는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나올 땐 모두가 거지가 돼서 나오는 불편한 진실. 낚시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가는데 영준씨가 그러더라. 다른 건 모르겠고 이번 야영 낚시를 통해 느낀 건 어복 부인(필자의 아내)이 정말 존경스럽다는 거였다.

 

 

 

그 말을 들으니 지난 수년간 아내와 함께했던 야영 낚시의 추억이 새삼 떠올랐다. 정말 돈 주고 이 고생을 왜 하나 싶은 게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아영 낚시는 잘하면 즐거우나 그만큼 고생도 따른다는 것을. 하지만 즐거운 추억보다는 곤혹스러운 추억이 더 많았다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