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보다는 시장에서, 시장보다는 규모가 큰 수산시장과 포구에서 종종 볼 수 있었던 갑오징어. 

일반 오징어에 익숙한 우리의 눈에는 ‘각’ 잡힌 오징어처럼 반듯했고, 몸통은 마치 방패처럼 견고해 보인다. 눈알을 큰데 다리는 짧으면서 굵고. 

무엇보다도 가격에서 차이가 난다. 일반 오징어 2~3마리 살 돈으로 갑오징어 한 마리 살 수 있다. 

오늘은 갑오징어에 관한 흥미로운 사실을 알아본다.

 

 

# 갑오징어에 대해서 

표준명 : 참오징어(십완목 참오징어과)

학명 : Konosirus punctatus

방언 : 갑오징어, 참갑오징어, 이걸치, 배오징어, 깍세기, 오작어, 맹마구리, 찰배기, 찰박

영명 : Golden cuttlefish

일명 : 고이카(コウイカ)

전장(외투막) : 25cm

분포 : 우리 나라 전 연안, 일본, 중국, 호주 북부

음식 : 회, 찜, 탕, 튀김 등

제철 : 9~11월(가을)

 

 

 

# 원 명칭은 참오징어다.

원래 두족류는 뼈가 없고 연체동물의 일종으로 알려졌지만, 갑오징어는 진화 과정에서 생긴 단단한 갑으로 인해 갑오징어 또는 참갑오징어라 불렀다. 

국내에는 참갑오징어 한 종이 분포하지만, 대마도를 비롯해 일본 중부 이남으로 내려가면 그 지역에서 별미인 입술무늬갑오징어 등 몇 종류가 더 분포한다. 이들 갑오징어과에 속한 두족류는 뼈라고 할 순 없지만, 석회질로 된 단단한 구조물(갑)이 등쪽에 자리잡으면서 독단적인 생물학적 분류로 자리잡았다. 

원래 명칭은 ‘참오징어’다. ‘참’이라면 분명 좋은 의미로 쓰였을 것이고, 확실히 일반 오징어(표준명 살오징어)보다 맛이 좋다고 평가되니 참오징어란 작명은 충분히 납득된다. 

작명 이야기가 나왔으니 북한 이야기를 잠시 짚어보도록 하다.

 

 

우리가 생각하는 오징어는 위 사진 속 살오징어를 말한다. 이 오징어로 국도 끓여먹고, 데쳐먹고, 튀겨먹고, 볶아먹는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이 오징어가 북한에서는 ‘낙지’로 불린단 사실이다. 그리고 오늘의 주제인 갑오징어가 북한에서는 ‘오징어’라 불리고 있다. 

사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1947년 조선어학회가 발간한 <조선말 큰사전>에는 오징어는 다리가 10개, 낙지는 8개라고 나와있다. 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데로다. 문화어는 1966년 이후 확립됐다는데, 오징어와 낙지가 지칭하는 대상이 달라진 것은 바로 그 이후라고 추정된다고 한다. 

그후 현재까지 반 백 년이 넘게 흘렸고 낙지와 오징어를 지칭하는 대상이 각각 오징어와 갑오징어로 굳어진 것으로 추정한다. 

 

 

 

# 갑오징어의 암수 구별

갑오징어의 암수 구분은 단순히 패턴(무늬)로 판별할 수 있다. 

사진에는 두 가지 타입의 갑오징어가 있는데 잘 보면 줄무늬타입과 점박이 타입이 있다. 첫 번째 사진의 얼룩말처럼 줄무늬가 도드라진 것은 수컷이고, 아래 사진처럼 점박이 또는 구름 무늬라면 암컷이다.

 


이러한 무늬는 수중에서 또렷하며, 잡힌 후에도 물속에서는 또렷하게 보이지만, 물 밖에 꺼내지면 무늬가 흐려지기 때문에 구별이 어렵다. 

사실 암수에 따른 맛 차이도 크지 않기 때문에 낚시인이 아닌 이상 암수 구별해 가며 먹을 일은 없을 것 같다.

 

# 갑오징어의 기이한 생태

갑오징어를 비롯해 오징어, 한치, 꼴두기, 낙지 같은 두족류는 단년생이다. 즉, 수명이 1년 정도이며, 문어가 3~4년까지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수컷의 기이한 행동이다. 

보통은 무리 중에 힘에 세고 덩치가 큰 수컷이 암컷을 차지하며 짝짓기에 성공한다. 그러나 경쟁자가 많아질 경우 수컷끼리 싸우면서 암컷을 차지한다. 경쟁을 싫어하는 수컷 갑오징어도 있다. 어떤 수컷은 인위적으로 무늬를 바꾸어 암컷 행세를 하기도 한다. 

좀 전에 언급했듯이 수컷은 얼룩말 같은 줄무늬 패턴을 보이고, 암컷은 구름무늬를 보이는데, 무늬와 패턴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갑오징어 특성상 일부러 암컷의 패턴을 흉내내어 주변의 수컷을 꼬드긴다. 

그리곤 물어 죽이거나 내쫓아버리곤 한다. 경쟁을 피하기 위해 변신술을 마다하지 않은 갑오징어의 지능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 갑오징어 낚시

갑오징어는 여수 등 남해안 일대와 서해권에서 성행한다. 주꾸미와 함께 낚기도 하며, 아예 갑오징어 전문 선상낚시가 있을 정도다. 

주 시즌은 9~11월 사이이며, 시즌 후반으로 갈수로 씨알이 커지는 경향이 있다. 

갑오징어 낚시로 유명한 곳은 여수와 통영, 삼천포 앞바다 일대이고, 서해권은 충남 보령, 서천, 군산권이 유명하다. 주꾸미 낚시와 비슷한 원리지만 채비는 다르다.

 

 

갑오징어의 입질은 입으로 미끼를 무는 게 아니라, 다리를 살포시 얹는 것부터 시작된다. 이때 작은 반동이 초릿대에 전해져야 하므로 초릿대(끝번대)가 아주 연하고 낭창하게 구부러져야 한다.

 

 

그러나 챔질을 할 때는 강하게 채야 하므로 허리심은 강해야 한다. 이러한 특성을 기반으로 한 갑오징어 전용대는 약은 입질도 간파하여 좋은 조과를 낸다. 즉, 낚싯대의 선택부터 조과의 당락이 결정될 만큼 낚싯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이다.

 

 

릴은 베이트릴을 쓰며 PE 합사 1~1.5호 정도 감아 놓는 것이 알맞다. 

 

 

미끼는 ‘에기’라 불리는 새우 모양의 인조 루어를 쓴다. 이 인조 루어는 수중에서 갑오징어가 새우를 사냥하는데서 착안한 것으로 다리를 얹을 때의 미세한 변화를 잘 감지해야 하며, 강하게 채야 낚싯바늘로 훑치게 되는 원리다. 

 

 

갑오징어의 주 유영층은 거의 바닥층이다. 그 때문에 채비는 추가 바닥에 닿을 때까지 내린다. 수심은 보통 6~7m에서 깊게는 30m 이상도 노린다. 쇠추가 바닥에 닿으면 릴을 1~3바퀴 정도 감고 그대로 멈춘다. 그 상태에서 갑오징어의 입질을 기다리는 식이다. 

갑오징어는 사니질(모래)과 뻘에 사는 주꾸미와 달리 암반이 발달한 곳에 서식한다. 때문에 밑걸림으로 인한 채비 손실이 상당하므로 사전에 갑오징어용 에기와 쇠추를 넉넉히 준비해 오길 권한다. 

주꾸미와는 서식 지형이 다르다 보니 포인트가 겹치진 않지만, 낚시를 하다 보면 두 종류가 동시에 잡히기도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보통은 한 종류만 노리는 것이 조과 향상에 도움이 된다.

 

 

# 갑오징어의 제철과 맛

갑오징어는 1년에 두 차례 제철이 찾아온다. 4~6월(봄)과 9~11(가을)인데 봄에는 산란기를 맞이한 갑오징어라 씨알이 크다는 장점이 있고, 대신 회로 먹었을 때는 가을만 못하기에 저 개인적으로는 찜이나 볶음 등으로 활용하는 것을 권한다. 

가을에는 갑오징어 낚시 시즌이며, 시장 유통량은 봄보다 적다. 주로 낚시인들이 직접 낚아 먹는데 이때의 갑오징어는 씨알이 봄만큼 크진 않아도 살은 적당하게 씹히면서 단맛이 나기 때문에 회를 추천한다. 

 

 

 

갑오징어 회는 쫀득하면서 탄력있는 식감이 장점이지만, 무엇보다도 단맛이 좋은 횟감이다. 때문에 일반 오징어회처럼 초고추장 일변도보다는 간장과 와사비 조합이 꽤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무늬오징어도 그렇지만, 갑오징어를 횟감으로 장만할 때는 껍질은 물론, 살 양쪽에 붙어있는 얇고 투명한 막을 얼마나 잘 제거하느냐에 따라 그 맛이 좌우된다.

수시간 이상 공수해야 한다면 반드시 활어 상태로, 활어 공수가 어렵다면 항에서 이까시메(이케시메 x)라는 오징어 신경 즉살법으로 처리해야 신선하게 공수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고 선어 상태로 공수하여 회로 썰면 특유의 끈적이는 식감과 선도 저하로 맛과 식감의 상당 부분을 잃을 수 있다. 

흔히 갑오징어는 무늬오징어와 자주 비교 된다. 무늬오징어 역시 맛에서는 갑오징어에 뒤쳐지지 않기 때문이다. 

굳이 차이를 말하자면, 회는 갑오징어가 으뜸이고, 튀김은 무늬오징어가 뛰어나다. 

그 외 숙회, 찜, 볶음 등은 두 어종 대동 소이할 만큼 맛이 있다. 가격은 그날 어획량에 따라 다르지만, 산지 가격을 기준으로 했을 때 활 갑오징어 1마리 당 15,000~20,000원가량 한다. 

크기에 따라 가격이 상이하다는 점 참고하고, 암수 상관없이 무늬가 또렷하고 얌전하게 유영하는 것을 고른다면 큰 실수가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볶음용을 원한다면 철사줄에 꿴 선어를 구매하는 것이 경제적이다. 횟감이 아니라면 굳이 값비싼 활어를 구매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