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바이 타이렁이
“지바”, ‘지렁이 바닥’의 줄임말로 요즘 갯지렁이를 타이라바 바늘에 꿰어 바닥층을 공략하는 형태의 낚시를 지바라고 부르더군요.
그리고 이런 형태의 낚시를 일년 내내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언제쯤 우리는 지렁이를 내려놓고 지렁이를 달지 않은 타이라바를 부르는 명칭이 되어버린 “생타이” 낚시해야 할까요?
지렁이를 사용하는 타이라바 기법이 생기다 보니 생타이라는 단어도 생겨난 것이겠지만 생타이로 참돔을 잡는 것이 좀 더 우월한 낚시를 하는 듯한 느낌이 생겨버린 것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지렁이를 사용하면 초보 낚시꾼 취급을 받고는 하는데 이것은 타당성이 있는 것일까요?

► 저수온기 확실히 도움이 되는 갯지렁이
최악의 조건에서 도움을 주는 갯지렁이
낮은 수온과 낮은 참돔의 밀도, 공격적으로 타이라바를 뒤쫓을 수 없는 조건들 속에서 참돔의 입질을 만들어 주는 것이 갯지렁이의 역할이었습니다.
먹이경쟁이 없는 낮은 밀도에서 참돔은 경쟁적으로 타이라바를 쫓아오지 않고, 낮은 수온에서는 쫓아갈 수 있는 몸 상태 또한 아닙니다.
이런 상황에 바닥에서 느리게 움직이거나 멈추어 있으면서도 참돔의 입질을 이끌어내주는 것이 갯지렁이를 꿴 이른바 “지바” 기법이었습니다.
프리 스폰, 산란 전기의 참돔들에게 바닥에서 느리게 움직이고 볼륨감이 풍성한 갯지렁이는 좋은 유혹이 됩니다.
그러나 산란기와 산란후기부터는 수온도 오르고 참돔의 개체도 증가해 지나가는 타이라바를 경쟁하듯 쫓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는 과감하게 지렁이를 내려놓는 것이 좋습니다.

► 5월 15일 생타이 리트리브에 좋은 사이즈 참돔 다수 확인
혼자 꽝을 쳐도 끝까지 놓지 못하는 갯지렁이의 유혹
“지바”에 나오던 참돔들이 어느 순간부터 “생타이”에 달려들기 시작해 둘의 조과가 엇비슷해지면 타이라바를 즐기는 낚시인들이 두 부류로 나누어집니다.
빠르게 “생타이”로 옮겨 타는 부류와 여전히 “지바”를 고집하는 부류로 말이죠. 수온이 오를수록 참돔의 입질은 점점 바닥층에서 벗어나게 되고 “지바”는 한껏 올라간 수온에 다양해지고 많아진 잡어(대상어가 아닌 물고기)의 공격을 받게 됩니다.
점점 더 생타이의 조과가 올라가고 심지어 지바를 고집하던 낚시인들에게서 꽝도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그럼에도 생타이로 전환하지 못하고 지바를 고집하는 분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바닥에서 들어오는 잡어의 입질을 놓지 못하고 챔질로 연결하지 못한 잡어의 입질 속에 분명 참돔의 입질이 있었다고 믿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빠르게 생타이 리트리브 낚시로 전환한 낚시인은 가을까지 즐거운 낚시를 이어갈 수 있지만 지바를 고집한 낚시인은 흥미를 잃고 참돔은 내년을 기약하며 타 어종을 찾아 떠납니다. 안타까운 반복입니다.

► 속도가 느린 타이라바를 만만하게 보고 공격하는 보리멸
참돔이 처음이라면 여름에 배우세요
제가 참돔 타이라바 낚시를 배웠던 시절에는 갯지렁이를 바늘에 꿰어 쓰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바닥을 찍으면 릴을 감아 들이고 일정 수심까지 감았다면 다시 바닥으로 폴링시키는 낚시의 반복이었습니다.
몇 해가 지나고 갯지렁이를 쓰기 시작하면서 바닥에서 소극적으로 입질하는 참돔에게 바닥을 스치는 느린 글라이딩이나 바닥에 가만히 멈춰두는 바텀 스테이는 굉장한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선사 조황이 폭발적으로 늘자, 참돔 타이라바를 시작하는 낚시인도 함께 늘어났습니다.
수온이 오르면서 갯지렁이가 없이 낚시하던 낚시인들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지렁이를 떼고 리트리브를 시작했지만, “지바”로 타이라바를 배운 낚시인들은 타이라바 위에 가짓줄을 달고 가짓줄의 끝에 갯지렁이를 꿰어 좀 더 위층에서 입질하는 참돔을 노렸습니다. 두 부류는 타이라바 낚시의 시작점이 달랐던 것입니다.
리트리브로 타이라바를 배운 낚시인들에게는 지렁이는 그저 어려운 상황에 회수에 반응이 덜한 참돔을 노리는 잠깐의 일탈이었지만, 지바로 타이라바를 배운 낚시인들에게는 타이라바는 그저 지렁이를 꿰기 위한 참돔 바늘 정도의 인식이었던 것입니다.
지렁이가 없으면 참돔도 물지 않는다는 인식은 옆에서 아무리 생타이로 참돔을 낚아내도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꽝을 치지 않기 위해 꽝을 치는 길로 가는 어려운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죠.
애초에 타이라바 낚시를 생타이로 잘 낚이는 여름에 지렁이 없이 리트리브로 배운다면 지렁이를 플러스 알파로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를 포함해 많은 오래된 낚시인들이 그러하듯이 말이죠.

► 과거 많이 쓰이던 아래엔 타이라바 위엔 가짓줄을 맨 채비인데 요즘엔 많이 안쓰는 이유가 있겠죠?
지렁이만큼 무서운 바닥 집착
저는 운이 좋게 바다 선상낚시를 참돔 타이라바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큰 고정관념 없이 중층 탐색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많은 낚시인들이 주꾸미, 갑오징어 낚시에 심취하였다가 광어 다운샷이나 외수질의 재미에 빠지고 그 이후에 참돔 타이라바에 입문하게 됩니다.
모두 봉돌을 이용해 바닥을 더듬어 가며 하는 낚시입니다. 이렇게 봉돌로 바닥을 더듬다가 입질을 받는 것에 익숙해진 낚시가 바닥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바닥을 벗어나면 물어주지 않을 것만 같은 공포는 어떤 형태로 나타날까요? 초슬로우릴링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또는 초초슬로우릴링으로 나타나기도 하고요.
아직 수온이 차서 몸집이 작은 어종들은 쉽사리 움직이지 못하거나 내만까지 들어와 있지 않은 시기에는 그러한 방법에 참돔이 곧잘 낚입니다. 타이라바를 공격할 만한 어종이 제한적인 시기니까요.
수온이 오를수록 내만에서 타이라바를 탐하는 어종은 셀 수 없이 많아집니다. 노래미, 우럭, 장대, 백조기, 메퉁이, 깜팽이, 보리멸, 주꾸미, 문어, 갑오징어 등등…
바닥에서 벗어나면 참돔이 물어주지 않을 것만 같은 공포는 수많은 잡어가 타이라바를 공격할 수 있는 훌륭한 조건을 만들어 줍니다.
물론 타이라바의 속도는 릴링의 속도보다는 배가 흘러가는 선속의 영향을 더 많이 받습니다. 이 때문에 슬로우 리트리브에도 참돔이 곧잘 낚이는 것이지요.
하지만 어느 정도 수온이 오른 후부터는 참돔 입질을 어떻게 받을 것인가도 중요하겠지만 어떻게 하면 잡어의 입질을 피하고 참돔의 입질을 받을 수 있을까를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백조기가 쫓아오지 못하는 속도로 감아보자 같은 느낌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지바”는 강력하다
불과 한 달 전 30g 헤드를 사용한 타이라바에 갯지렁이를 달고 스피닝로드로 캐스팅하여 리트리브하지 않고 배스낚시의 텍사스리그 드래깅처럼 바닥을 끌었다가 멈춰주는 동작에 순식간에 4~5마리의 참돔이 연발했습니다.
타고 있던 배에서 잡는 사람이 없는 상황은 물론 주변의 수많은 배에서도 히트 소식이 없던 말 그대로 소강상태에서 말입니다. 이처럼 지바는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하게 사용한다면 분명 폭발력이 있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생타이와 지바의 조과가 엇비슷해지면 이제는 갯지렁이는 내년을 기약하며 보내주고 리트리브 낚시의 매력으로 들어가야만 합니다.
그래야만 서해 시즌이 끝날 때까지 타이라바 낚시를 즐겁게 즐길 수가 있고, 나아가 남해 시즌에도 시기적절하게 지바와 생타이를 병행하며 즐길 수 있습니다.

► 스피닝 캐스팅 바텀 스테이는 잘 사용하면 필살기가 될 때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