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만졌다가 아뿔싸!

 

복어처럼 잘못 먹으면 큰일 나는 것도 있지만, 무심코 만졌다가 큰코 다치는 어류들이 있다. 더욱이 이들 어류는 낚시객이 증가하는 봄부터 가을 사이 빈번히 출현하는데, 아이들과 함께 낚시하다 사고가 날 수도 있고, 무엇보다도 접근성이 좋은 연안의 얕은 바다에서 출몰하기에 더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낚시에서 조심해야 할 물고기는 무엇이 있을까?

 

미역치

표준명은 풀미역치로 흔히 ‘미역밭에 붙어산다고 해서 미역치’라 불린다. 예전에 TV 예능 프로그램인 '패떳'에서 가수 비가 낚시로 잡아서 화제가 됐다. 당시 장갑을 끼고 만져서 화를 면했지만, 사실 미역치의 독가시는 면장갑 정도는 가볍게 뚫을 만큼 날카롭다. 등지느러미 가시는 물론 아가미 부근의 가시에도 독선이 있어 일단 찔리면 마치 벌에 쏘인 듯 벌겋게 붓고, 타오르는 통증에 시달리다 1~2일 내로 가라앉는다. 사람과 체질에 따라 통증과 붓기가 다르나 통상적으로 독가시에 찔린 그날은 일손을 놓아야 할 만큼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게 된다.

주요 서식지는 동해 남부 및 남해안 전역이며, 포구와 방파제 및 갯바위, 해조류가 발달한 얕은 바다에 서식한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좌대 또는 해상펜션에도 출몰하기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일단 쏘이면 응급실을 찾는 것이 좋고, 그러지 못할 경우 민간요법으로 전해지는 것은 미역치 눈알을 뭉갠 진액을 상처 부위에 바르는 것. 그리고 40도 이상 따듯한 물에 상처 부위를 담그면 일시적이나마 통증이 완화된다.

 

독가시치

독가시치는 온대부터 아열대 해역에 이르기까지 두루두루 서식하는 어류로 국내에서는 제주도를 비롯해 남해안 전역과 동해로 그 서식지를 넓히는 추세다. 제주에선 ‘따치’라 불리며 횟감과 매운탕감으로 인기가 있지만, 불과 15년 전만 해도 지금과 같이 독가시치를 식용으로 쓰진 않았으며, 낚시인들에겐 귀찮은 존재였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강하고 뾰족한 가시가 발달했는데 독선은 등지느러미부터 배와 뒷지느러미까지 분포되어 있다.

이 중에서도 뒷지느러미 독이 강한데 나는 뒷지느러미 가시에 찔린 유경험자로 당시 통증을 묘사하자면 이렇다. 찔린 즉시 상처 부위에 피가 줄줄 났고, 지혈이 잘되지 않았으며 압박뭉대를 이용해 엄지손가락을 동여맸다. 독은 혈관을 타고 들어가면서 미열을 동반했으며, 상처 부위는 마치 벌에 쏘인 듯 퉁퉁 부어오른다. 살이 타는 듯한 화농과 쓰라림이 동반됐으며, 숨은 가빠졌고 끊어질 것 같은 통증에 호흡이 고르지 못했으며, 하늘이 노래진다는 말이 실감 났다.

이 통증은 극 초반 30분간 강력하다 차츰 사그라들었으며, 1시간이 지나면서 농담할 기분도 생겨났다. 살짝 가라앉은 통증은 그 상태로 지속해서 괴롭혔고, 총 3시간 정도 지났을 때 붓기가 다소 가라앉으며 통증도 진정되기 시작했다. 이후 씻을 때마다 아팠고, 누를 때마다 아팠으며 손가락이 얼얼한 상태로 하루를 보내야 했고, 잔 통증은 일주일이 지나서야 사라졌다.

 

독가시치가 낚이면 수건으로 눈을 가리고 줄을 잘라 발로 밀어 방생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나 발로 밀 때도 가시가 신발을 뚫고 들어오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만약, 횟감으로 챙기겠다면 살아있을 때 피와 내장을 제거해야 깔끔한 회 맛을 볼 수 있다. 독가시치를 잡는 요령은 잘록한 꼬리자루를 쥐는 것. 대게 발버둥 칠 때 찔리곤 하는데 꼬리를 잡히는 순간 얌전해지는 습성이 있다.

 

쑤기미

표준명은 쑤기미지만 시장에선 보통 쐬미, 쌔미, 솔치, 범치 따위로 불린다. 영어권에서 ‘쏘는 악마'로 불리며 일본에서는 귀신 고기로 통한다. 분포 지역은 남해(여수)와 제주도 근해에 서식하며 수심 깊은 바닥에 배를 붙이고 사는 탓에 갯바위 낚시에서는 잘 걸려들지 않지만, 가끔 해상펜션과 선상낚시에서 곧잘 걸려들기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독성은 앞서 소개한 미역치와 독가시치보다도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은 주로 등지느러미 가시에 있는데 특히, 맨 앞 열에 있는 날카로운 등가시는 찔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쑤기미를 취급하는 상인은 뜰망으로 건지거나, 고무장갑 낀 손으로 만지는데 이때도 손은 배를 받쳐 편안하게 해야 한다. 쑤기미의 배지느러미는 바닥에서 발처럼 사용해 기어 다니는 습성이 있다. 배지느러미를 구기거나 불편하게 하면 자세를 바로잡으려고 바둥거리며 그 과정에서 독가시에 찔리기도 하니, 무엇보다도 배지느러미를 활짝 피게 하여 손으로 받쳐 들면 얌전해진다. 참고로 쑤기미는 살이 단단하고 단맛이 있는 고급 어종이다. 큰 것은 회로 먹고 남은 건 맑은 탕을 끓여 먹는다.

 

쑤기미와 닮은 꼴로 삼세기(삼식이, 삼숙이)가 있다. 둘 다 쏨뱅이목 양볼락과에 속하며 바닥에 배를 깔고 사는 저서성 어류이나 가장 큰 차이라면 독의 유무다. 쑤기미는 지느러미 가시에 독을 품지만, 삼세기는 우락부락한 생김새와 달리 독이 없다.

 

쓸종개

쏠종개는 마치 메기를 닮은 소형 어류로 밤에 무리 지어 다닌다. 주요 분포지는 남해안 일대 특히, 먼바다 섬 주변의 얕은 바다와 제주도 해안가다. 야행성이며 무리 지어 다니므로 낚시 도중 쏠종개가 잡히면 계속해서 잡힐 확률이 높다. 쏠종개도 따듯한 바다를 좋아해 지금부터 가을 사이 출현 빈도가 높아진다. 쏠종개는 등부터 아가미, 배 쪽에 지느러미에 이르기까지 독선이 분포한다. 찔리면 극심한 통증을 수반하는데 평소엔 가시를 숨기고 있어 운이 좋으면 손으로 만져도 안 찔리고 넘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가끔 20cm에 이르는 큰 씨알도 낚이면 현지에서 일부 매운 탕감으로 사용되나 평균 씨알이 10cm 내외라 대부분 방생한다. 낚시 중 쏠종개가 잡히면 공략 수심을 좀 더 올리고, 잡힌 것은 바늘 빼기나 포집을 이용해 처리한다.

 

쏠배감펭

영어권에선 라이언피시라 부른다. 아열대 어류로 가끔 아쿠아리움에서 관상용으로 관찰되곤 한다. 제주도 연안에 서식, 낚시로는 흔히 잡히는 어종이 아니지만, 스쿠버다이빙에서 종종 목격되는 만큼 직접적인 접촉은 피하는 것이 좋다. 쏠배감펭의 독은 등가시지느러미에 있는데 적으로부터 위협을 받으면 가시를 꼿꼿히 세운다.

 

양태

서해에선 ‘장대’라 불린다. 양태는 대가리부터 등, 꼬리까지 곳곳에 강하고 단단한 가시가 있다. 이들 가시는 독은 없지만 굉장히 날카롭고 길이가 짧아 눈에 띄지 않는다. 이 때문에 무심코 손댔다가 몸부림치는 양태 가시에 찔려 상처가 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지금까지 소개한 어종 중 유일하게 독이 없지만, 등에 솟은 가장 큰 가시를 비롯해 온몸이 흉기인 만큼 짧고 강력한 가시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이 어종을 만지거나 취급할 때는 집게나 뜰채를 이용하기를 권한다.

 

노랑 가오리

연승 주낙에 걸려드는 노랑 가오리를 낚시로 잡을 일은 없지만 간혹 선외기나 자갈 모래가 섞인 포인트에서 루어로 잡히기도 한다. 사진은 대마도에서 웜 채비에 낚인 노랑 가오리인데 꼬리 쪽에 날카로운 독가시가 있어 찔리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이 가시의 독은 지금까지 설명한 여타 어류보다 강력하며, 해외에선 사망 사례도 보고될 만큼 위험한 독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노랑 가오리가 잡히면 곧바로 꼬리의 독침을 제거하는 것이 좋다.

노랑 가오리는 우리나라 근해에서 나는 가오리 종류 중 회 맛이 단연 으뜸으로 알려졌다. 홍어와 가오리는 모두 요소를 가져서 시간이 지나면 부패하는 대신 암모니아의 독특한 향을 발산한다. 그 때문에 전남에서는 홍어를 삭혀 먹기도 하지만 가오릿과 어종은 요소의 양이 홍어에 못 미치므로 섣불리 삭혀 먹지 않도록 한다.

 

파란고리 문어

파란고리문어는 적도 부근에 서식하는 아열대성 문어지만 최근 지구 온난화와 고수온의 영향으로 제주는 물론, 부산, 거제, 동해에 이르기까지 점점 서식지를 넓히는 추세다. 더욱이 이 문어가 위험한 이유는 낚시뿐 아니라 해루질, 해수욕장 환경에서도 빈번히 출현한다는 것이다.

파란고리문어는 복어 독 성분인 '테트로도톡신'이라는 맹독을 품고 있다. 일단 물리면 생명이 위태로울 수도 있으니 이 문어를 발견하면 만지지 않도록 단단히 주의해야 한다.

 

 

 

우럭, 볼락, 열기

그 외 양볼락과 어류에는 약한 독성이 온몸이 가시 지느러미에 분포한다. 대표적을 조피볼락(우럭), 쏨뱅이, 볼락, 불볼락(열기) 등이 있는데 이들 어류의 가시에 찔리면 1~3시간 가량 붓고 쓰리고 애릴 수 있으니 살아있는 생선을 취급할 때는 늘 조심해야 한다.

 

갯장어와 붕장어

마지막으로, 갯장어와 붕장어는 성질이 사납고 공격성을 띠는 장어류로 유명하다. 

유연한 몸통을 자유자재로 움직여 물기 때문에 꼬리를 잡는다고 안심하면 안 된다. 이들 어류를 취급할 때는 목장갑을 필수로 끼고 될 수 있으면 뜰채나 도구를 이용하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