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1 여름철 낚시 대상어로 인기가 많은 벵에돔
#. 벵에돔의 분류와 생태
벵에돔 채비를 알아보기에 앞서 오늘은 습성과 생태에 관해 알아볼까 한다. 벵에돔은 농어목 도미과에 속하는 감성돔과 참돔과 달리 '황줄깜정이'과에 속하는 아열대성 어류다. 꾼들은 발음상의 편의로 '벵어돔'이라 부르나 표준명은 벵에돔이다.
일본에서는 '메지나'가 정식명이고, 구레는 방언이다. 영어권에선 푸른 눈동자란 의미로 '오팔아이(Opaleye)'라 불리는데 사전에는 'Large Scale Blackfish'로 되어 있다.

002 석축 틈 사이에서 낚인 긴꼬리벵에돔 치어
#. 벵에돔의 크기별 생태
아직도 벵에돔의 생태는 전부 밝혀내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알에서 부화한 치어는 만 가까운 곳 해초나 방파제 석축 틈 사이에서 유어기 시절을 보낸다고 한다.
이후 20cm 정도 성장하면 행동반경과 패턴이 달라지는데, 사실 국내 해역은 벵에돔이 연중 서식하기에 최적의 장소는 아니다. 어떤 어류든 적응과 먹이 활동하기에 좋은 적서 수온을 가지며, 최적의 환경이 있다.
그 환경은 해당 어류의 성장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가령, 벵에돔이 좋아하는 수온을 연중 유지하는 일본 규슈는 그렇지 못한 해역보다 씨알과 개체 수에서 월등한 차이를 보인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국내 해역은 아무래도 쿠로시오 해류가 직접 영향을 주는 일본 남부 지방보다 씨알과 마릿수에서 뒤처지게 마련이다. 즉, 벵에돔이 서식할 수 있는 북방 한계선에 가깝다.
반대로 필리핀과 타이완 해역은 열대 해역으로 벵에돔이 서식하기에는 수온이 높아 남방 한계선이 될 것이다. 같은 이유로 크기와 개체 수도 떨어질 수 있다.
- 25cm 미만
연중 시즌을 보면 성체보다 수온 적응력이 떨어지는 어린 개체가 대물급보다 늦게 출현하고 일찍 자취를 감춘다. 연안에서 행해지는 벵에돔 낚시는 주로 5월에서 9월 초까지로 이 시기에 잡히는 씨알이 25~30cm가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어린 개체는 기상이 좋지 못할 때 예민해지다가도 고기압에 날씨가 좋으면 밑밥에 곧잘 반응해 수면 가까이 부상한다. 먹이 활동도 왕성해 초심자가 낚는 흔한 크기다.
- 25~35cm 중치급
중치급 벵에돔은 그날의 수온, 물색, 조류 등 상황에 따라 활성도가 수시로 바뀐다. 주변 환경이나 소음에 민감하며, 물속 환경에 따라 수심층을 옮긴다거나 심지어 먹이활동을 멈추는 등 변덕을 부린다. 씨알 좋은 벵에돔을 마릿수로 낚아 내려면 다양한 조법을 구사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재미를 느끼는 이들이 많다.
- 40cm 이상 대물
어린 시절 무리 지어 생활하던 벵에돔이 40cm가 넘어가면서 단독으로 움직일 때가 많고, 전반적으로 환경에 매우 민감해 행동도 조심스럽다.
수온 적응력은 뛰어나 수온이 낮은 겨울에도 먹이 활동을 하러 갯바위 근처로 접근하다 낚시에 곧잘 잡힌다. 이때는 바닥층에서 활동할 때가 많아서 감성돔 낚시 중 손님 고기로 걸려들기도 한다.
원래 겨울은 벵에돔 낚시가 잘 안 된다고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대물급만 노리기 위해 원도권을 찾는 꾼들이 늘고 있다.

003 감성돔의 입은 조개나 홍합을 부숴 먹기 좋은 구조다
#. 감성돔과 벵에돔의 먹이 습성
감성돔과 벵에돔은 크릴과 작은 갑각류, 김을 먹는다는 점 외에는 공통분모가 많지 않다. 감성돔이 좋아하는 먹이로는 따개비와 홍합, 고동, 게 등 딱딱한 껍질을 가진 먹잇감을 먹고 또 그것을 깨부수기 위한 이빨이 발달했다.
그 이빨은 단단하지만, 면도날 같은 날카로움은 없어 목줄이 잘리는 현상은 적은 편이다.

004 어린 벵에돔은 융모가 거칠지 않다
벵에돔 이빨은 감성돔만큼 단단하지는 않지만, 날카로운 융모가 발달한 것이 특징이다.
이 융모는 성어가 되면서 더 커지고 단단해지며, 날카로워 목줄을 잘라버리기도 한다.
특히, 긴꼬리벵에돔의 융모는 돌돔 못지않은 날카로움을 가졌는데 40cm가 넘어가는 씨알인 경우 미끼를 삼키면 줄이 쓸릴 확률도 높아진다.
긴꼬리벵에돔 전용 바늘을 사용해 안창걸이를 방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바늘은 벵에돔이 먹이를 취하는 습성과 입 구조에 맞도록 설계되었다.
될 수 있으면 벵에돔이 먹이(크릴)를 삼키지 못하고 입술에 걸리게끔 도우며 또 그런 방법들(바늘 모양, 호수, 챔질 타이밍 등)이 필드에서 사용된다.
벵에돔이 선호하는 먹이는 파래나 김 같은 해조류와 작은 갑각류로 작고 부드러운 것들이다.

005 아가미뚜껑에 검은 테가 선명한 긴꼬리벵에돔
#. 벵에돔의 종류
국내 서식하는 벵에돔은 연안 정착성으로 겨울에는 수심 깊고 수온이 안정된 곳으로 이동하는 것 외에는 큰 회유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긴꼬리벵에돔은 회유성이 강해 일본 남부에서 올라오는 쿠로시오 해류를 타고 제주와 남해 동부, 동해로 진출한다. 참돔처럼 센 조류를 타고 다녀 체형이 더 날렵하다.
벵에돔과 긴꼬리벵에돔을 쉽게 구별하는 방법은 아가미뚜껑의 검정테 유무다.
벵에돔에는 검정테가 없고, 긴꼬리벵에돔은 검정테가 선명하다.
<사진 1>과 <사진 2>의 아가미뚜껑을 비교해 보면 벵에돔과 긴꼬리벵에돔의 차이를 확연히 알 수 있을 것이다.

006 국내에선 보기 힘든 양벵에돔(입큰벵에돔)
벵에돔 종류는 익히 알려진 두 종류 외에도 전 세계적으로 몇 종류가 더 분포한다.
일본 남부 지방에서는 곧잘 잡히지만, 국내에서는 거의 볼 수 없거나 혹은 수온이 높은 여름~가을에 간혹 잡히는 양벵에돔이 있다.
양벵에돔은 입큰 벵에돔이라 불리는데 이는 다른 벵에돔보다 입이 커서 붙은 이름이며, <사진 3>에서 보다시피 몸 가운데 엷고 노란 가로줄 무늬가 나타난다는 것이 특징이다.
(생선은 세웠을 때를 기준으로 가로줄인지 세로줄인지를 판가름한다.)
양벵에돔은 쿠로시오 난류가 직접 받치는 일본 남부 해역과 열대 해역까지 서식하는 아열대성 어류다.
최대 전장은 벵에돔 종류 중 가장 작은 40cm 정도로 알려졌다. (벵에돔은 60cm, 긴꼬리벵에돔은 70cm까지 자라지만, 간혹 이보다 5~10cm 정도 큰 개체도 보고된다.)
이 외에 국내에서 잡히는 일반 벵에돔과 생김새가 비슷한 일명 ‘오팔아이’가 LA를 비롯, 캘리포니아 해역에 다량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호주에서는 '드리머'라 불리는 대형 벵에돔이 많이 서식한다.

007 감성돔과 벵에돔의 특징을 나타내는 시뮬레이션
#. 감성돔의 습성
벵에돔을 알기 위해 감성돔 습성과 비교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바닥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감성돔과 달리 벵에돔은 밑밥에 곧잘 반응해 상층으로 잘 떠오른다.
일반적으로 감성돔은 흔히 '바닥고기'로 알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엄밀히 말하자면 밑밥을 뿌렸을 때 감성돔이 피는 수심층이 지역에 따라 차이가 나는 편이다.
일본에서 감성돔 낚시는 우리와 같이 집요하게 바닥만 노리진 않는 편이다.
중층 혹은 그 이상 떠오르는 감성돔을 낚기도 하는데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수온과 환경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일본은 기본적으로 물색이 맑고 수온이 높다.
벵에돔 일변도라 감성돔을 낚는 꾼이 상대적으로 적어 밑밥에도 곧잘 현혹되는 것도 부상의 이유가 아닌가 싶다. 그런 이유로 일본에서는 감성돔 낚시를 전유동으로 접근한다.
한국은 사정이 좀 다르다. 모래(사니질)와 뻘이 많아 물색이 탁하고, 감성돔 낚시 일변도가 수십 년간 지속되다 보니 밑밥에 익숙하다.
여기에 자원도 줄었고 불법 조업까지 판치면서 경계심이 많아졌다. 이러한 경계심은 감성돔을 바닥에 붙이게 했으며, 갯바위에서 멀어지게 했다.
그나마 물색이 맑은 제주권과 남해 동부권은 바닥에서 1~2m가량 떠오르기도 한다.
한반도 서쪽으로 갈수록 물색은 탁해지면서 대낮에도 감성돔이 입질하지만, 바닥층에서 좀처럼 뜨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 벵에돔의 습성
대부분 바닷물고기가 그렇다지만, 벵에돔만큼 지형을 이용해 자신을 보호하려는 어류도 없을 것 같다.
수중여, 해조류, 수중굴, 그리고 물골처럼 움푹 패거나 후미진 곳에서 쉬다가 날이 밝으면 먹이 활동을 하는데 (긴꼬리벵에돔은 반대로 어두워질 때 먹이활동이 왕성하다.)
물색, 수온 등 주변 여건이 맞으면 위에서 내려오는 밑밥에 현혹돼 수직으로 부상한다.
부상 정도는 날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은 중층까지 잘 떠오르며 장마철에는 아예 수면까지 피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한다.
밑밥을 뿌리지 않아도 편광안경을 끼고 보면, 수면에 벵에돔이 첨벙거리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런 장관을 목격할 시기가 여름이기도 하다.
그래서 벵에돔은 내 미끼를 바닥층까지 가라앉히기보다는 우선은 밑밥으로 띄워서 낚는 것이 우선이다.

008 벵에돔과 감성돔의 활동영역의 비교
위 그림은 벵에돔 낚시 전문가인 박범수 명인의 자료를 통해 벵에돔과 감성돔의 활동 영역을 비교한 것이다.
그림만으로도 대략적인 의미를 이해하시리라 본다.

009 달아날 때 감성돔과 벵에돔의 습성 차이
감성돔과 벵에돔 낚시를 두고 흔히 이런 말이 있다.
"감성돔은 입질 받기가 어렵지만, 입질 받으면 즐거운 물고기"
"벵에돔은 입질 받기까지는 쉽지만, 입질 받은 후가 어려운 물고기"
이 말의 의미가 <그림 1>에서도 나타난다. 감성돔은 씨알이 굵고 힘이 세도 달아날 때 줄을 푸는 등 밀당으로도 충분히 잡을 수 있지만, 벵에돔은 단순히 밀당으로는 잡아내기가 어렵다.
낚싯대를 세우고 버티면 파고들면서 목줄 일부가 여에 쓸려 터지고, 그렇다고 줄을 내주면 굴속에 처박혀 꼼짝 못 하게 만들고.
그래서 고수들의 파이팅 장면을 보면, 낚싯대를 세웠다 뉘었다 혹은 옆으로 틀었다 하면서 벵에돔 움직임에 맞춰 빠른 시간내에 제압하려는 동작을 보인다.
특히, 대물 벵에돔을 걸었을 때는 히트한 거리에 따라 대비를 달리해야 한다. 멀리서 걸면 슬그머니 딸려오는 듯하지만, 갯바위 근처에서 갑자기 파고들기 때문에 낚싯대를 끌고 내려간다.
이때 당황한 꾼들이 자기 채비를 믿지 못해 드랙이나 LB(레버 브레이크)를 주게 되면서 결국에는 벵에돔이 수중여 사이로 박히거나 아예 굴속에 들어가 꼼짝하지 않게 되기도 한다.
벵에돔은 터트리더라도 발 앞에서는 절대 여유를 주면 안 되는 물고기다.
<그림 1>처럼 고삐를 바짝 잡아당기지 않으면 여에 파고들면서 목줄이 쓸리기 십상인데 우리가 큰 고기를 걸었다가 터트렸을 때 "총 쐈다", "몇 방 터트렸다"식의 표현을 듣는데 그것은 목줄 인장력이 한계점에 도달해 터졌다기보다는 십중팔구 여에 쓸려서 터진 경우가 더 많다.
벵에돔 낚시가 즐거운 이유는 수면에 띄워져 항복을 외치는 감성돔과 달리 끝까지 저항하는 지구력이 있기 때문이다. 발 밑으로 파고드는 힘, 올여름에 한 번 느껴보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