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다의 폭군, 횟감의 황제" 이처럼 돌돔이 갖는 화려한 수식어는 파괴적인 힘과 씹힘성이 좋은 고급 횟감이라는 데서 붙게 된 별명이다.
사실 돌돔이란 말은 일본명인 '이시다이(イシダイ)'를 우리말로 그대로 옮긴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시(イシ)'는 돌석(石)자의 '돌'로 그만큼 육질이 단단하다는 의미도 있지만, 돌 틈에 서식한다는 의미도 가졌다.
바다낚시 대상어 중에서도 끝판왕이라는 이미지가 있어 국내 바다 낚시인들에게는 주변의 부러움을 살 수 있는 꿈의 어종이기도 하다.
■ 돌돔에 관하여
표준명 : 돌돔(농어목 돌돔과)
방언 : 갯돔(제주), 갓돔(제주), 시마다이(부산, X), 줄돔(전국), 칠돔, 뺀찌.
영명 : Rock Bream
일명 : 이시다이(イシダイ)
전장 : 80cm
분포 : 한국의 전 해역, 동중국해, 일본, 타이완, 하와이
음식 : 회, 초밥, 소금구이, 튀김, 탕, 찜
제철 : 10~3월(가을부터 겨울까지)


# 제철과 생태 및 습성
돌돔은 맨눈으로 암수 구별이 가능한 어류다. 약 40cm까지는 암수 구별 없이 일곱 개의 가로줄 무늬가 나타나지만, 그 이상부터는 수컷의 경우 줄무늬가 사라지고 입 주변이 검게 변한다.
반면에 암컷은 다 자라도 줄무늬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돌돔이 잘 낚이는 시기는 주로 산란을 준비하는 5~7월 사이다. 이 시기에는 돌돔이 갯바위 가장자리로 붙기 때문에 꾼들이 돌돔을 낚아서 맛을 보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돌돔의 제철을 '여름'이라 말하는 꾼들도 적잖다. 여름에 잘 잡혀 여름 어종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과 맛이 드는 시기는 별개인 경우도 있다.
그런 점에서 나는 돌돔이 맛이 드는 시기를 10~3월 사이로 보고 있다. 아무래도 산란철인 여름보다는 월동을 나는 겨울에 맛이 더 좋다고 보는 이유다. 이쪽에 정통한 돌돔 낚시인의 의견을 들어도 여름 돌돔이 한겨울 돌돔 맛을 따라가지 못하며, 내가 맛 본 느낌도 그랬다.
돌돔은 성장에 따라 식성 변화의 차이가 크다. 유어기 때는 해조류 뒤에서 동물성 플랑크톤을 위주로 먹다가 조금씩 성장하면서 작은 새우나 게 등을 먹는다. 좀 더 성장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다른 돔 종류와 전혀 다른 먹잇감을 선호하는데 주로 전복이나 오분자기, 성게, 게고동, 소라를 게걸스럽게 부셔 먹는다.

이때 탁월한 성능을 발휘하는 기관이 양턱이다.
바이스처럼 단단한 이빨은 성게나 전복처럼 단단한 껍데기를 단번에 깨 먹기 좋은 구조로 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돌돔은 고급 낚시 미끼인 '참갯지렁이(혼무시)'를 즐겨먹기도 한다. 참갯지렁이의 가격은 100g당 만 원 혹은 그 이상.
1++ 등급의 한우 뺨치는 가격에 돌돔 낚시꾼의 아내들은 날아오는 카드 청구서를 보며 속을 태워야 할지도 모르지만, 바다의 폭군을 만나기 위한 꾼의 정성은 그냥 썰어먹어도 맛있는 활전복과 소라까지 마다치 않으니 돌돔꾼들에게 미끼 값은 문제도 아닐 것이다.
무엇을 먹고 자라든 돌돔은 만 1년이면 20cm, 2년이면 26cm, 3년이면 30~35cm정도 자라며 이후부터는 성장 속도가 현저히 느려진다.
성어가 되면서 단독으로 생활하는데 굴이나 바위, 수중 암초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먹이를 사냥한다. 그러다가 밤이 되면 굴이나 바위틈으로 들어가 해가 뜨길 기다리기 때문에 철저한 주행성 어류라 할 수 있다.
해가 뜨고 시야가 흐리면 제법 떠서 유영하기도 한다. 어린 돌돔 뿐 아니라 몸길이 40cm는 됨직한 성어도 꽤 떠서 다니고 있음을 수중 촬영으로 확인한 적이 있었다.
유영 도중에 먹이가 지나가더라도 그것을 쫓아가 먹지는 않는다. 특히, 조류가 없으면 눈앞에 먹잇감이 지나가도 먹지 않으며, 이른 아침과 해넘이, 그리고 조류 방향이 바뀔 때 먹이활동을 하므로 돌돔꾼들은 이때를 놓치지 않는다.

# 양식 돌돔과 자연산 돌돔의 차이
어린 양식 돌돔은 주로 줄돔으로 불린다. 돌돔은 한, 중, 일 어디서든 양식이 되지만, 돌돔의 국내 유통은 대부분 일본산이며, 손바닥만한 줄돔은 중국산이 많다.
일본산 돌돔의 경우 몸길이 50cm, 무게 2.5kg까지 키워내므로 '씨알이 크면 자연산'이라는 과거의 통념이 무색해졌다.
그나마 차이라면 등과 꼬리 지느러미를 보는 것이다. 자연산은 꼬리에 흠집 하나 없이 깨끗하지만, 양식산은 일부 찢기기도 하고, 상처가 있으며, 지느러미 라인이 깔끔하지 않고 굴곡이 심하다.
또한, 자연산 돌돔은 소라, 전복 등을 깨부수며 살아왔기 때문에 치아 상태가 고르지 않고 거칠다.
양식 돌돔은 생후 일 년이면 출하할 수 있다. 일 년 동안 자란 돌돔의 크기는 약 20cm 내외로 '뼈째썰기(세꼬시)'로 이용되는데 이런 작은 돌돔 맛은 자연산이나 양식이나 그리 큰 차이는 없다.



# 돌돔과 낚시
돌돔은 언제나 동경의 대상이자 환상의 물고기로 여겨왔었다. 4대돔(참돔, 벵에돔, 감성돔, 돌돔) 중에서 돌돔은 맛과 가격에서 언제나 으뜸이다. 수도권 시장 기준으로 kg당 가격은 업자가로 4~6만 원선에 거래되지만, 이것이 소비자에게 팔 때는 배 이상 뛴다.
해마다 여름이면 돌돔을 낚아 횟집과 직거래하는 꾼들도 있을 정도. 50~60cm 한 마리면 출조 경비를 뽑고도 남기니 한 마리를 낚아내기 위해 들어가는 노력과 정성은 평범한 사람들이 생각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대물급 돌돔의 희귀성도 크게 한몫 했다.
돌돔 낚시 시즌은 이르면 4월부터 시작하지만, 6월부터 본격적인 시즌이 열리며, 12월까지 이어진다. 피크 시즌은 아무래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이다. 이때는 제주도, 추자도, 거문도, 여서도, 관탈도, 대마도에서 많이 행해진다.
일단 걸면 초반부터 치고 들어가는 힘이 가히 폭발적이다. 낚싯대를 전부 끌고 들어가려는 게걸스러운 입질에 당황하는 이들도 많다. 돌돔도 벵에돔과 마찬가지로 힘으로 제압할수록 더욱 처박는 습성이 있다. 살고자 하는 본능이 바위나 수중여로 향하게 하는 것이다.





# 돌돔의 식용
돌돔은 다금바리와 마찬가지로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생선이다. 창자와 간, 위장은 살짝 데쳐서 기름장에 찍어 먹으며, 쓸개는 좌빈의 연장자나 허약 체질이 술에 타서 먹는다.
돌돔 쓸개에는 수년간 소화되었을 전복과 오분자기, 성게 등의 영양소가 응축되어 있다. 그것을 먹으면 일 년간 잔병치레가 없다는 말이 괜한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몸길이 35cm 이하를 뺀찌라고 부른다. 가볍게 칼집 내 굵은 소금을 척척 뿌려 구워 먹거나 튀겨먹는 맛이 일품이다.
돌돔 구이는 살이 담백하고 고소하기로 유명하지만, 특유의 쫀득한 식감이 발군이다. 생선회는 말이 필요 없는 명실상부 최고의 횟감이 아닌가 싶다. 살은 단단한데도 씹으면 질기지 않고 잘 넘어간다. 찰떡을 씹는 듯한 차짐 속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해초 향과 지나치지 않은 고소함은 돌돔회의 가장 큰 매력일 것이다.
얼핏 보면 무결점에 가까운 맛. 그런 돌돔도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봄에 잡힌 돌돔. 특히 수컷은 맛이 조금 떨어지는 편이다. 돌돔은 여름에 잡힌 것이 맛있고, 가을에 잡힌 것은 더 좋으며, 겨울에 잡힌 것이 최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