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활어회 위주의 소비와 함께 맛이 강한 초고추장과 양념 된장, 각종 쌈채, 그리고 소주를 곁들여 먹는 생선회 문화가 자리 잡고 있어 생선회 본연의 맛보다는 씹는 식감을 중시한다. 

반면, 숙성회는 산지에서 활어차로 운반한 활어를 업장 수조에 보관해 두었다가 영업 개시 수 시간 전에 잡아다 숙성한 것이다. 

즉, 활어회든 숙성회든 활어 운송비가 들고, 수조에 일정 기간 살려둬야 하며, 결과적으로 활어를 잡아서 이용하는 것은 똑같다. 

 

반면, 선어회는 애초에 죽은 생선을 이용한 것이라는 점에서 활어회와 숙성회와는 시작점이 다르다. 

죽은 생선이라곤 하나 횟감용이므로 하루 이내에 잡힌 최상의 선도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러한 사실만 놓고 본다면 산지에서 즉살 처리한 선어가 활어보다 스트레스를 덜 받고 싱싱해야 하는데 내륙으로의 공수는 언제나 시간 싸움이기 때문에 이러한 선어회를 잘못 취급하면 육질이 푸석해지는 문제를 떠안게 된다. 

결정적으로 우리나라에서의 선어회 개념이나 처리 기술이 일본의 그것에 미치지 못하고, 일부 어부는 피조차 빼지 않은 상태로 단지 얼음에만 채워 내는 정도여서 산지가 아니면 선어회의 맛을 제대로 느끼기가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신경 죽이기(신케지메)라고 할 수 있다.

 

신케지메는 일본에서 건너온 생선의 즉살 방법으로 우리 말로는 '신경 죽이기' 혹은 ‘척수 마비’ 정도가 될 것 같다. 

물고기에서 가장 큰 뼈인 척추에는 척수가 흐르는데 스테인레스 강선으로 척수를 긁어 제거함으로써 횟감의 사후경직 속도를 지연시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생선은 죽은 뒤 수분 이내에 사후경직에 들어간다. 어종과 크기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숨통이 끊긴 이후 늦어도 30~40분 안에는 등이 굽거나 꼬리가 휜 상태에서 딱딱하게 굳어간다. 

이것이 사후경직의 특징이며, 근육이 일시적으로 단단해졌다가 5~6시간이 지나면 다시 풀어지면서 육이 물러진다. 

물론, 서너 시간을 실온에 방치하면 육이 물러지는 시점도 앞당겨지고, 숙성에 적합한 온도인 1~3도의 저온에서는 반대로 늦춰진다. 


그리고 생선회의 감칠맛 성분인 이노신산(IMP)는 숨통이 끊기고 난 이후 약 2~3시간부터 생성되기 시작해 24시간을 전후로 포화된다. 

다시 말해, 24시간을 숙성하면 감칠맛이 최대치에 근접하지만, 그때는 이미 육이 물러져 우리나라 국민이 좋아하는 차진 식감을 얻기가 매우 어렵다. 

신경죽이기를 하는 이유는 차진 식감과 생선회 고유의 감칠맛, 이 두 가지를 모두 만족해줄 유일무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사진은 신경죽이기에 사용되는 신케지메 도구이다. 요새는 낚시 쇼핑몰이나 시장근처 칼집에서도 구매할 수 있을 만큼 제법 보급됐다.

 

 

전용 도구가 없으면 스테인레스 재질의 가늘고 뻣뻣한 철사줄이 대용으로 쓰인다. 

사진에서 1번은 서로 다른 직경을 가진 선상낚시 편대 채비용 스테인레스 줄이고, 2번은 비늘치기, 3번은 혈을 찌르고 피를 뺄 때 사용되는 도구(없으면 송곳으로 대체)이며, 4번은 손질용 칼이다.

 

 

고통과 스트레스를 최소화해 좋은 품질의 횟감을 얻기 위한 노력은 수백 년 전부터 끊임없이 시도되었다. 

그 결과 오늘날 가장 간단하면서 효과적인 방법으로 급소를 찌르고 피를 뺀 다음 신경죽이기(신케지메)를 하는 것. 어떻게 이뤄지는지 살펴보자.

 

 

1) 급소 찔러 즉살하기(이케지메)

먼저 날카로운 도구로 급소를 찌르는데 찌르는 부위는 그림에 표시한대로다. 

이곳은 뇌가 위치한 곳이므로 결과적으로 생선을 마비시키고 움직임을 둔화한다. 이 작업을 이케지메라고 한다.
 

 

 

 

2) 피 빼기

이 과정은 아가미를 찔러 피를 빼는 일반적인 방법과 같다. 1kg가 넘는 큰 생선은 단번에 피가 빠지지 않으므로 꼬리 쪽에도 칼집을 내 피가 빠지는 속도륵 높인다. 

요령은 가늘게 이어지는 꼬리 자루에 비늘을 제거, 칼침을 넣는데 뼈가 반쯤 잘리도록 깊숙이 넣고자 칼 뒤꿈치를 대고 손등으로 강하게 내리친다. 

그러고 나서 바닷물에 5분 정도 담가 피가 말끔히 빠지도록 유도한다. 이 과정에서 활어는 호흡을 통해 피를 내 뿜게 된다.


 

 

3) 신경죽이기(신케지메) 및 얼음 찜질

해수에서 건진 생선은 아직 숨이 붙어 있기 때문에 여전히 활력을 갖고 있다. 고기를 잡으려다 순간적으로 발버둥칠 때 손가락을 곧잘 찔리므로 반드시 목장갑을 끼고 작업하는 것이 좋다. 

 

신경죽이기는 몇 가지 방법이 있는데 일본에서 행해지는 가장 흔한 방법은 눈과 눈 사이를 송곳처럼 생긴 도구(끝 부분이 살짝 갈라진 날카로운 침으로 되어 있으나 없으면 송곳으로 해도 된다.)로 찔러 넣어 구멍을 낸 다음, 그곳에 스테인레스 철사 줄을 넣어서 척수 구멍을 관통시키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주로 방어, 다랑어, 전갱이 등 방추형 물고기에 사용하기 적합하다. 콧구멍을 찔러 구멍을 낸 뒤 스테인레스 철사 줄을 넣어서 척수 구멍에 관통시키는 방법도 있다. 

주로 참돔과 같은 측편형 어종에 사용한다. 하지만 이 두 가지는 숙련도가 다소 필요하다. 여기서 소개하는 방법은 초심자도 쉽게 따라할 수 있어 추천해 본다. 사진과 같이 꼬리를 자르거나 반쯤 꺾으면 척추가 드러나게 되며 여기에 스테인레스 철사 줄을 넣어서 척수를 빼내는 방법이다.  

 

이케시메를 마친 횟감은 얼음물에 10분 정도를 넣어 두는 것이 좋다. 

즉살된 생선은 체내에 쌓인 에너지 대사가 방출하면서 근육에서 열이 오르게 된다. 그 열은 횟감의 온도를 높이는데 횟감의 크기(씨알)가 크면 클수록 높은 온도가 발생돼 사후경직이 시작되는 시점을 앞당긴다. 

평소 숙성회를 장만할 때도 포를 깨끗한 거즈에 말아 냉장 보관하듯이 대방어나 대도미처럼 덩치가 큰 생선의 경우 사후 직후부터 많은 열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10분간 얼음물에 담갔다가 빼서 포를 뜨면 이후로는 일반적인 숙성회를 장만하는 방법과 같다.

 

 

초심자가 신경죽이기를 할 때 흔히 하는 실수는 정확히 넣는 지점을 몰라 살을 찌르기도 하나다. 특별히 생선의 반응이 없어도 들어가는 느낌이 비슷하기 때문에 신경죽이기를 한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 위 사진은 도구를 넣는 지점을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생선의 척추는 중심부가 단단한 뼈로 되어 있으며 위(등) 아래(배)에 각각 한 개씩 구멍이 나 있다. 이 중에서 위(등)쪽으로 난 구멍에 스테인레스 철사 줄을 넣어 끝까지 밀어 넣어야 한다. 

이때 여러 번 넣었다 뺐기를 반복해면서 그 안에 있는 척수를 손상 및 제거하게 된다. 척수의 손상은 물고기의 에너지 대사와 화학적 분비에 즉각적인 영향을 주면서 즉살 후 수 분 만에 일어나야 할 사후경직을 수 시간 뒤로 늦추게 한다. 

사후경직이 늦춰진다는 것은 그만큼 육이 물러지는 시점을 최대한 연장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참고로 필자가 사용하는 도구는 값비싼 전용 도구를 사용하는 대신 선상낚시 편대 채비용 스테인레스 강선을 쓴다. 

직경은 0.4mm부터 다양하게 있으며, 가격은 우리 돈으로 약 3,000원으로 11개가 들어있다. 

비록, 내구성이 떨어져 몇 마리를 처리하고 나면 휘어서 사용할 수 없게 되지만, 저렴한 값에 여러 개가 들어있으므로 일회용으로 몇 마리 정도 처리하기에는 손색없다. 

 

스테인레스 철사 줄을 사용할 때는 생선 크기에 적당한 직경을 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가 사용하는 것은 직경 1.0mm, 길이 50cm로 40~50cm급 참돔과 감성돔을 처리하기에 적당하다. 

다음은 어종과 씨알에 따른 신경죽이기 도구의 직경과 길이로 구입 시 참고하기 바란다. 

 

1) 도미과 어종(참돔, 감성돔)

크기 40~60cm : 직경 1.0mm, 길이 50cm

크기 60cm 이상 : 직경 1.2mm, 길이 80cm


 

2) 벵에돔, 벤자리, 농어(도미과 어류보다 척수 관통 구멍이 조금 작다.)

크기 30~40cm : 직경 0.8mm, 길이 30cm

크기 40~60cm : 직경 1.0mm, 길이 50cm


 

3) 부시리(히라스), 방어, 잿방어, 전갱이

크기 40~60cm : 직경 1.0mm, 길이 50cm

크기 60~80cm : 직경 1.2mm, 길이 80cm

크기 80~100cm : 직경 1.5mm, 길이 100cm

 

 

신경죽이기 도구로 적합한 재질은 사진과 같이 구부렸을 때 다시 복원되는 스테인레스 재질이라야 하며, 직경과 길이가 해당 어종의 몸 구조에 잘 맞아야 한다. 

신경죽이기 도구는 꼬리 쪽부터 측선이 끝나는 아가미 부근까지 모두 관통할 수 있어야 하며, 직경은 척수 관통 시 너무 굵어서 들어가지 않아도 문제지만, 너무 얇아서 척수의 손상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아도 문제다. 

 

그래서 위 자료를 기준으로 전용 도구를 구입하고 만약, 구입하지 못했다면 낚시점에서 파는 선상낚시 편대 채비용 스테인레스 철사줄로 대신할 수 있다. 

다만, 선상낚시용 스테인레스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 척수 관통 시 척수를 효과적으로 손상 및 제거하려면 스테인레스에 특수 요철 처리가 되어있어야 하는데 선상낚시 편대 채비용 스테인레스는 전용 도구가 아니기 때문에 표면이 매끈하다. 

매끈한 만큼 척수를 효율적으로 손상시키려면 더 많이 넣었다 뺐기를 반복하면서, 박박 긁어주어야 한다. 

 

가격이 저렴하더라도 가격대 성능비가 높은 선상낚시용 스테인레스를 구입할 것인지, 아니면 가격이 비싸더라도 특수 요철 처리가 되어 있는 전용 도구를 구입할 것인지는 어디까지나 사용자의 몫이지만, 이러한 정보를 토대로 더 많은 일식집과 횟집에서 이러한 즉살법을 이용해 전국 어디서든 쫄깃하고 차진 숙성회를 먹을 수 있는 합리적인 생선회 문화로 자리매김하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