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히 '락피시(Rock Fish)'라고 한다. 겁이 많아 여차하면 돌 틈으로 숨어버리는 말 그대로의 돌고기. 지역별로 불리는 이름도 다양하다. 돌볼락, 돌우럭, 꺽저구, 삼뱅이 등등.
하지만 정확한 이름은 쏨뱅이다. 쏨뱅이는 흔하디흔한 농어목이 아닌 쏨뱅이목 어류. 여기에는 국민 횟감이자 많은 낚시인으로부터 사랑받는 조피볼락(우럭)도 포함된다.
우럭이나 볼락이나 열기나 쏨뱅이나 조금의 차이만 있을 뿐 모두 한통속이라는 것이다. 이런 쏨뱅이목 어류에는 한 가지 특징이 있다.
그것은 뼈에서 맛있는 국물이 우러난다는 점이다. 그러고 보면 쏨뱅이목 어류는 대부분 그랬던 것 같다.
서해에서 장대라 부르는 양태, 화려한 날개 지느러미를 자랑하는 성대(달갱이), 한겨울 탕감으로 유명한 꼼치(흔히 물메기 탕의 재료), 동해의 미거지(물곰)가 모두 쏨뱅이목에 속한다는 사실.


# 생태와 특징
쏨뱅이는 수심 30m 이하의 얕은 여밭에 서식하는 물고기로 우리나라에는 서남해를 비롯해 남해전역에 서식한다. 제주도에서도 많이 서식하는데 제주 사람이 ‘우럭’으로 부르는 어종은 조피볼락이 아닌 쏨뱅이일 때가 많다.
언제나 암초를 끼고 사는 겁 많은 물고기지만, 자기 영역을 지키려는 본능이 강해 침입자가 들어오면 동종이라도 쫓아내려는 행동을 보인다.
타이라바를 비롯해 웜으로 꼬드길 때 곧잘 무는 것도 먹이활동 외에 본능적으로 서식지를 보호하려는 습성에서 비롯된다.
최대 전장은 약 30cm인 소형 종이며, 등지느러미 가시에는 다른 양볼락과 어류와 마찬가지로 약한 독성이 있어 찔리면 한동안 붓고 쓰라리기 때문에 만질 때는 가시에 찔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몸통은 적갈색 바탕에 복잡한 대리석 무늬가 나타나는데 이 때문에 영어권에서는 대리석을 의미하는 ‘마블 피시’라 부르고, 일본에서는 여드름처럼 보인다고 하여 ‘카사고’라 부른다.
이렇듯 같은 모양을 두고 동서양의 해석이 달라지는 부분은 꽤 흥미롭다.

사실 쏨뱅이는 단일종이 아니다. 흔해 ‘심해 쏨뱅이’라 불리는 붉은쏨뱅이가 있는데 이를 잘 모르는 꾼들은 일반 쏨뱅이와 동일시한다.
그러나 쏨뱅이와 붉은쏨뱅이는 학명이 다른 이종이다. 쏨뱅이가 수심 30m 이하인 연안의 암초지대에 주로 서식한다면, 붉은쏨뱅이는 연안을 벗어나 수심 40m 이상인 깊은 바닥에 주로 서식한다.
쏨뱅이가 다 커도 30cm를 넘기지 못한다면, 붉은쏨뱅이는 최대 전장 60cm에 이를 만큼 크게 성장한다.


쏨뱅이와 붉은쏨뱅이의 가장 큰 차이는 채색에 있지만, 때로는 이것이 구별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보통의 쏨뱅이는 짙은 밤색을 띠고 붉은쏨뱅이는 이름 그대로 붉은색이 강한데 사실 채색이란 것은 서식지 환경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간혹 붉은쏨뱅이와 헷갈릴 만큼 붉은빛이 나는 일반 쏨뱅이가 낚이면 색으로는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그럴 때 두 어종을 완벽하게 구별할 수 있는 포인트가 바로 여드름 무늬의 패턴이다. <사진 1>은 쏨뱅이와 붉은쏨뱅이의 패턴을 비교한 것인데 두 어종의 가장 큰 차이는 여드름 무늬의 테두리 여부에 있다.
붉은쏨뱅이는 밝은 점을 주변으로 갈색 테두리가 있지만, 쏨뱅이는 테두리가 없다. 꼬리지느러미에서는 붉은쏨뱅이 쪽이 일반 쏨뱅이보다 붉은색이 강하며, 부채살 무늬가 또렷하게 나타난다.
맛에 대한 평가는 상이한 편이다.
언젠가 통영으로 어초 낚시를 갔었는데 그날은 40~50cm급 조피볼락(우럭)과 30~40cm급 붉은쏨뱅이가 같이 낚였다. 두 어종을 나란히 썰어 회 맛을 보는데 사람들의 반응은 붉은쏨뱅이에 몰표를 주었다.
분명, 우럭도 자연산이고 맛이 들 시기였지만, 붉은쏨뱅이의 사각거리는 식감과 단맛을 따라오지 못했다. 일반 쏨뱅이도 뱃전에서 자주 썰어 먹어보았는데 크기 자체가 붉은쏨뱅이와 비교할 수 없으니 여기서 오는 살점의 두툼함과 식감 또한 붉은쏨뱅이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두 어종을 탕이나 구이로 조리하면 별반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일본에서는 작아도 쏨뱅이가 더 맛있다는 일부 어민들의 의견이 기사에 실린 것을 보았다.
사실 맛이란 주관적이고, 한 장소에서 비교 시식하지 않으면, 맛의 차이를 짚어내지 못할 만큼 미묘하기 때문에 쏨뱅이와 붉은쏨뱅이의 맛 대결은 개인적으로 무승부라 생각한다.

# 쏨뱅이와 낚시
지금까지 낚시를 다니면서 특별히 쏨뱅이만 노리고 출조하는 쏨뱅이 전문 낚싯배는 본적이 없었다. 제주도 관광 낚싯배나 완도의 볼락 선상낚시에서 손님고기로 낚아내는 정도이고, 그 외에는 타이라바와 감성돔 낚시에 곧잘 걸려든 기억이 있다.
쏨뱅이를 잡어로 인식하는 전문꾼들은 주로 방생하는 편이고, 쏨뱅이의 맛을 아는 이들은 반찬감으로 챙기는 정도다.
쏨뱅이는 저위도로 갈수록 분포 밀집도가 높다. 추자도, 거문도, 제주도로 내려가면, 더 많은 개체가 서식하며, 그곳이 여밭이라면 어떤 채비, 어떤 미끼를 써도 틀림없이 물고 늘어진다.
그 이유는 기본적인 탐식성에 있지만, 서두에 썼 듯 영역을 지키려는 습성이 강해 자기 구역에 들어온 생명체를 입으로 물고 쫓아내려 하기 때문이다. 이런 습성을 이용해 도보권 워킹 루어낚시를 하면, 돌 틈 사이에 숨어 있던 쏨뱅이를 마릿수로 낚아내기도 한다.


# 쏨뱅이의 식용
쏨뱅이 하면 생각나는 음식, 다름 아닌 매운탕이 아닌가 싶다. 예전에 쏨뱅이의 고장 완도로 취재갔을 때 맛본 쏨뱅이 매운탕이 생각났다.
대구처럼 커다란 생선이 아니기 때문에 뼈 육수가 우러날 만큼 푹 우리지 않고 가볍게 끓여낸 것으로 기억된다. 대신 화력이 강한 업소용 가스레인지로 단시간에 팔팔 끓여낸다.
식당마다 매운탕 양념장에 비법이 있었던 듯하다. 그 외 들어가는 채소(대파. 팽이버섯, 무, 마늘, 고추 등)는 비슷비슷하다.
완도에는 말린 쏨뱅이를 많이 파는데 꾸득히 말린 쏨뱅이는 식감도 식감이지만, 감칠맛이 응축돼 더욱 더 깊은 맛을 낸다. 이렇게 말린 쏨뱅이는 주로 황태국처럼 맑고 뽀얗게 끓여내 해장용으로 즐기거나 양념 찜으로 먹는다.


생물 쏨뱅이는 대충 칼집만 내고 굵은 소금을 척척 뿌려 직화로 굽는데 그 냄새만으로 소주 한 병이 없어질 뻔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넘버 원 음식은 ‘쏨뱅이 탕수’다. 배를 갈라 활짝 펼친 쏨뱅이에 전분 가루를 묻혀 고온의 식용유에 튀기면 아주 바삭해지는데 여기에 새콤달콤한 탕수 소스를 끼얹고 각종 채소를 얹으면 어디서도 쉽게 맛볼 수 없는 일품 요리가 된다.
그래서 나는 낚시 중에 일정 크기가 되는 쏨뱅이가 낚이면 따로 챙겨다가 집에서 종종 탕수를 해먹곤 한다.
다른 양볼락가 어류도 그렇지만, 쏨뱅이도 겨울이 제철이며, 초반 시즌보다는 후반(1~4월)으로 갈수록 단맛이 드는 경향을 느껴왔다. 이때는 볼락과 열기, 우럭도 함께 맛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