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노인 중 허리 굽은 사람 없다."
어릴 적부터 자리돔을 먹고 자란 제주 도민의 이야기다. 그만큼 칼슘이 풍부한 자리돔을 뼈째 썰어 먹고 자라왔기에 칼슘 부족으로 허리 굽은 노인이 없음을 강조한 말이기도 하다.
자리돔의 인기는 제주도 여행객의 증가와 맞물리면서 치솟았고, 이제 더는 생소한 생선이 아니다. 겨울에 맛이 나는 일반적인 횟감과 달리 봄부터 여름이라야 제맛을 내는 자리돔.
우리는 자리돔을 얼마나 알고 먹어왔을까? 자리돔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해 본다.
# 자리돔에 관하여
표준명 : 자리돔(농어목 자리돔과)
방언 : 자리(제주), 자돔(제주), 생이(경남)
영명 : Coralfish, Whitesaddled reeffish, Puller, Surgeant-major
일명 : 스즈메다이(スズメダイ)
최대 몸길이 : 20cm
분포 : 제주, 울릉, 경남을 비롯해 일본 중부 이남 및 동중국해
음식 : 생선회(강회), 물회, 구이, 조림, 젓갈
제철 : 5~7월(봄~여름)

# 생태와 특징
자리돔은 수온 20도 전후로 산란기를 맞이하는 아열대성 어류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를 비롯해 경남에 다량 서식하며, 쿠로시오 난류의 확장 탓인지 동해와 울릉도에도 많은 개체 수가 서식한다.
자리돔은 흔히 아열대성 어류란 인식이 있지만, 실제로는 자리돔과에 속한 어류 중 가장 저수온에 적응해 왔으며, 비교적 고위도에 서식하는 어류다.
같은 과에 속한 노랑자리돔, 연무자리돔, 해포리고기 등과 비교해 보아도 자리돔은 열대 해역보다 온대성 바다에 주로 분포함을 알 수 있는데 특히, 한겨울 수온이 10℃까지 떨어지는 한반도 연안에서도 비교적 잘 적응하며 무리 지어 서식한다.
여기에 '자리돔'이라는 명칭이 붙은 이유가 있다. 보통의 어류는 적서수온(먹이활동 및 서식하기 좋은 수온)을 찾아 남북으로 회유하기 마련인데 자리돔은 사계절 내내 한 자리를 지키며 살기에 '자리돔' 이란 이름이 붙었다.
'돔'이란 말은 크게 도미과 어류를 지칭하는 말과 뾰족하고 날카로운 가시를 뜻하는 의미로 쓰이는데 자리돔의 경우 사실 어느 쪽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도미과에 속한 어류가 아닌 자리돔과이며, 뾰족한 등지느러미 가시도 갖고 있지 않다. 보목리 자리돔 축제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맨손잡이 체험이 가능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자리돔은 ‘돔’자가 붙은 어류 중 가장 작은 몸집을 가졌다. 내가 낚시하면서 잡은 자리돔 중 가장 큰 것이 몸길이 20cm 였다. 자리돔으로서는 거의 다 자란 크기이며, 대부분 10cm 내외가 많이 잡힌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작은 몸집에 비해 큰 비늘을 가졌고, 옆 지느러미에 선명한 검은색 반점이 특징(사진의 1번)이다.
뒷부분의 흰색 반점(사진의 2번)은 갓 잡았을 때 선명하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흐릿해지고, 죽으면 완전히 사라진다.
자리돔은 한 자리를 지키는 토착성 어류이지만, 회유성 어류에서나 볼 법한 날렵한 제비 꼬리(사진의 3번)가 특징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4월 말부터 7월까지 자리 잡이를 하는데 이때가 산란기와 겹쳐 가장 맛이 좋다.

# 자리돔의 제철
자리돔은 알맞은 수온이 왔을 때 산란을 시작한다. 그 수온은 대략 20도 전후로 제주도 해역의 경우 6~7월은 돼야 한다.
즉, 5~7월 산란기에 접어든 자리돔이 살이 통통히 올라 맛이 좋고, 강회나 물회로 이용되는 자리돔은 뼈째 썰어 먹는 특성상 뼈가 연해야 하니 이 또한 산란철에 접어든 자리돔이 가장 맛있다고 보는 이유이다.
7월 이후에는 알집이 빠지면서 홀쭉해지고 맛도 떨어지는 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개체 수 보호의 명목으로 시행된 자리돔 금어기가 한창 알을 배고 있을 시기(4~6월)가 아닌, 알을 방사할 확률이 높은 7월 이후라는 점에서 실효성에 의구심이 들지만, 한창 맛이 들고 소비가 이뤄져야 할 시기에 금어기를 지정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 역시 안고 있기도 하다.

# 낚시 및 어획
자리돔은 먹성이 좋아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는 대상어이다. 주로 암초가 무성한 지대에 무리 지어 다니므로 한 번에 여러 마리를 잡아들이는 일거양득의 낚시 방법이 주효하다.
낚싯대는 아무거나 써도 되지만, 씨알이 작으니 손맛을 극대화기 위해 가능한 얇은 낚싯대가 좋으며 개인적으로 낭창낭창한 볼락 루어대를 추천한다. 채비는 자리돔용 카드 채비를 권한다.
어획 방법은 다소 복잡하다. 제주도의 자리 잡이는 테우를 이용한 그물 잡이가 정통이었으나 최근에는 대량으로 어획하기 위해 본선 1척과 부속선 2척이 합동으로 그물을 내려 자리돔이 지날 때 퍼 올리는 방식이다.
이를 현지에서는 '자리들망'이라 부르는데 뜰망어법의 하나다. 자리돔 잡이는 해가 떠야 시작된다. 철저한 주간성 어류인 탓에 자리잡이 배는 자리 선점을 위해 해가 뜨기도 전에 나가서 자리를 잡고 있다가 해가 뜨면 어군탐지기로 자리돔의 이동 경로를 포착, 선장의 지시로 그물을 내렸다가 자리돔이 지날 때 퍼 올리는 방식이다.
주로 아침부터 오전 사이 행해지며, 자리돔 자체가 거친 물살을 싫어하기 때문에 조류가 잦아드는 조금 물때와 하루 3번 정도의 정조 시간대를 노린다. 이렇게 잡은 자리돔은 활어 상태로 위판되며, 대부분 현지에서 그날 소진된다.

# 크기에 따라 용도가 다른 자리돔
자리돔은 크기 선별에 따라 용도를 달리한다. 크기가 작은 자리돔은 뼈가 연하고 육질이 부드러워 물회나 횟감으로 쓰이고, 큰 자리돔은 구이나 조림으로 이용된다.
바다가 잔잔한 보목리 일대는 같은 뜰망어법이라도 중간 수심층에서 표층 사이를 퍼 올려 다른 지역 자리돔보다 씨알이 잘다는 특징이 있다. 씨알은 잘지만, 육질이 부드럽고 뼈가 연해 뼈째 썰기 한 강회나 물회에는 제격이다.
반면에 모슬포에서 위판되는 자리돔은 가파도 및 마라도 인근 해역의 거센 물살을 받고 서식하는 자리돔이라 대체로 씨알이 굵다. 씨알이 굵으니 적은 마릿수로도 무게를 많이 차지해 단가가 높은 편이지만, 육질은 탱탱하고 뼈가 억세 구이나 조림에 알맞다.
이렇듯 같은 제주도에서 나는 자리돔이라도 세부 지역에 따라 크기와 용도에 차이가 있다.

# 추락하는 어획량, 반복되는 악순환
제주 도민들에게 식량 자원으로 빼놓을 수 없었던 자리돔은 제주도 토속 음식에 자주 등장하는 제주도만의 유산이자 특산물이었다. 그러다가 2000년대 들어서 그 인지도가 전국적으로 확대됐는데 이는 저비용 항공사의 발달과 더불어 제주도 관광 자원이 봇물 터지듯 늘어난 시기와도 어느 정도 일치한다.
자리돔 수요가 늘자 어획도 점점 대량으로 가면서 산란철 남획을 부추긴 것이다. 그 결과 한배에 800kg씩 잡아들일 정도로 많았던 자리돔이 지금은 수십 kg 단위로 크게 줄었다.
지난 10년과 비교해도 자리돔 개체 수가 크게 줄었다는 것을 시장 분위기로 알 수 있는데 가장 먼저 소비자가 체감하는 것은 물가(시세)다. 자리돔이 많이 잡히는 해는 활어 경매가가 kg당 3~4천 원 선이었다.
지금은 그 값이 4~5배로 크게 뛰었다. 쇼핑몰을 통한 구입은 전어 못지않다. 손질 자리돔 1kg이 35,000원을 웃돌고, 손질하지 않은 원물은 2kg이 35,000원이니 kg당 16,000원인 셈이다.
이렇게 된 원인은 역시 남획에 있었다. 뼈째 썰어 먹어야 제맛이 나는 세꼬시 문화는 산란철 알을 밸 시기, 약해지는 뼈의 연한 식감과 고소한 맛을 활용해야 한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자리돔은 6~7월에 산란한다. 그 말은 즉, 4~7월 사이가 가장 맛이 좋고, 뼈가 연해 뼈째 썰어먹기 좋음을 의미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개체 수 보존을 위해 남획을 막아야 할 시기이기도 하다.
이 두 가지 이해관계가 상충하면, 어민의 소득과 남획을 막는 합리적인 방안이 나와야 한다. 지난 수천 년 동안 탐라의 조상들이 아무 문제 없이 잡아먹었던 자리돔이 불과 몇십 년 만에 심각한 타격을 입으면서 귀물이 되고 있음은 안타까운 사실이다.





# 자리돔의 식용
자리돔은 예부터 제주 도민들의 중요한 식재료이자 주요 단백질 보충원이었다. 가장 기본적인 이용은 생선회이다. 뼈째 썰어 초고추장이나 된장에 찍어 먹는 자리돔 강회와 물회는 자리돔의 고소한 맛을 즐기는 가장 기본적인 음식이다.
자리 물회는 어부들이 시간을 아끼고자 대충 물에 말아 먹던 것이 시초가 되었다. 뼈의 고소한 맛에는 늘 된장의 궁합이 따라다녔는데 제주도에서도 자리돔을 먹기 위해 늘 된장을 들고 다녔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 정도로 된장은 제주도식 물회에 빠지지 않는 재료다. 된장을 푼 갖은 양념에 물을 붓거나 혹은 자리돔 머리를 푹 고아 만든 육수를 식혀서 말아먹는 자리돔 물회는 감칠맛과 고소함의 절정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자리돔의 꺼슬꺼슬한 식감이 낯설었던 외지인들도 한번 맛 들이면 생각나게 하는 그런 물회다.
자리돔은 비늘이 크지만, 껍질은 질기지 않아서 따로 토치고 굽거나 뜨거운 물로 익히는 숙회가 아니어도 그냥 통째로 썰어 먹기 편리한 생선이다. 구이나 조림의 경우는 아예 비늘조차 치지 않은 상태에서 통째로 조리한 것이 제주도 전통 방식이다.
자리젓은 통째로 젓갈을 담그며, 곰삭았을 때 특이한 냄새를 풍기는데 이 향이 처음에는 낯설어도 한 번 익숙해지면, 따끈한 밥 위에 올려 먹거나 혹은 돼지고기구이를 쌈에 올려 먹을 때 절로 생각나게 한다.
제주도 동문이나 올래시장에서는 자리돔 된장을 팔기도 하는데 이 자체가 쌈장으로 별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