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먼저 피 빼는 방법에 앞서 피를 빼야 하는 이유에 관해 알아보도록 하자. 우리가 먹는 회는 반드시 살아 있는 생선을 이용해야 한다.
이때 선도 유지를 위한 취급을 소홀히 하거나 실수가 있으면 비린내가 나서 맛을 헤친다.
생선회의 깔끔하고 담백한 맛은 칼질의 기술보다도 선도 즉, 싱싱함이 우선시 된다.
선도 유지를 위한 첫 번째 일이 바로 피를 빼는 작업이인데 이를 낚시꾼들은 ‘시메’라 부르지만, 정확히 말하면 ‘치누키(血抜き)’이다. 여기서는 우리말로 ‘피 빼기’라 부르겠다.
피 빼는 방법은 어찌 보면 단순하지만, 꼭 지켜야 할 철칙을 소홀히 해 숙성 시 살이 물러 식감을 떨어트리고 더 나아가 비린내가 나거나 있어야 할 맛 성분이 빠져나가 회 맛을 그르치기도 한다.
그래서 낚시인은 물론, 일식업에 종사하는 이들도 알아야 할 과정이다. 이러한 피 빼기도 여러 방법이 있지만, 여기서는 가장 기본이 되는 ‘신경 절단’과 함께 피 빼는 방법을 소개하겠다.
※ 최상의 선도를 위한 피 빼기 철칙
1) 반드시 살아있는 활어를 이용해야 한다.
2) 활어의 조건은 산소결핍과 스트레스가 없는 ‘활력 좋은’ 활어라야 한다.
3) 배가 뒤집어졌거나 죽기 직전에 놓인 것은 비록, 숨이 붙어 있어도 활어로 간주하지 않는다.
4) 스트레스 없이 즉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5) 즉살은 최소 3~5분 이내 숨을 거두는 것을 의미한다.

먼저 끝이 날카로운 칼로 물고기의 심장을 찌른다. 물고기 심장은 사진에 표시한 곳으로 아가미 정 중앙(혹은 그보다 조금 아래)에 위치해 있다.
한 손으로 눈을 가려 움직이지 못하게 한 다음 다른 한 손으로 찌르는 데 아가미 뚜껑 사이로 칼을 넣어 깊숙히 찌르고 배 방향으로 칼을 한번 꺾어주면 좋다.
이유는 심장 아래로 지나는 동맥이 있기 때문이다. 칼이 제대로 관통했다면, 반대편인 바닥에 피가 묻어나야 한다.

다음은 ‘신경 절단’ 이다. 앞서 피를 빼는 과정만 하는 경우도 많지만, 좀 더 확실한 ‘즉살’을 위해 신경 절단(이케지메)까지 해주면 더욱 좋다.
방법은 아가미를 찌른 칼을 이번엔 배쪽이 아닌 등쪽으로 꺾어 척추를 끊어주는 것이다. 척추 위치는 물고기의 측선(감각기관)과 나란히 있다. 척추를 끊는 동시에 척수를 손상시키므로 활어가 발버둥치는 것을 막고 스트레스를 줄인다.
또 다른 방법은 뇌를 찔러 급사시키는 방법이 있는데 이 부분은 조만간 따로 다룰 예정이다.

깨끗한 물에 담가 남은 피를 완전히 뺀다. 물은 해수도 좋고 담수도 좋지만, 10분
이상 담가둘 필요는 없다. 이렇게 담가두면 물고기는 남은 힘으로 호흡하면서 체내에 남아있는 피를 마저 배출하게 된다.
이렇듯 피 빼는 과정은 비단 생선 뿐 아니라 소, 돼지, 닭 등 가축을 도살할 때 반드시 거치는 작업이다.

흐르는 물에 씻거나 헹구면서 피 빼기를 마무리한다. 이렇게 해도 피가 완전히 빠지지 않았을 경우에는 내장을 뺀 자리에 뭉친 혈이 붙어 있을 수 있다.
구이용이면 상관없지만, 그 피가 육수에 녹아 드는 탕이라면, 비리거나 잡내를 낼 수 있으니 칼로 긁어 마저 제거해 주는 것을 잊지 말자.

2kg 이상의 활어라면, 꼬리에도 칼집을 내는 것이 좋다. 꼬리 자루에 있는 비늘을 벗기고 칼 뒤꿈치를 꼬리 자루의 절반쯤 걸치게 한 후, 손바닥으로 칼 등을 내리쳐서 척추의 절반 가량을 끊어주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피 빼는 과정은 똑같다.
마지막으로 얼음에 묻어두는 과정이 남아 있다. 냉장고가 있다면 해동지와 비닐랩을 겹겹이 말아 넣어주면 된다. 냉장고가 없다면 얼음에 묻어두는데 클수록 사후에 열이 많이 발생되므로 얼음 덩어리를 넣은 해수에 10~20분간 담가 두는 것 좋다. 여기까지가 ‘횟감을 위한 전처리’ 작업이다.
활어회로 썰어낸다면 상관없지만, 수 시간 이상 운반할 때는 포장에 주의해야 한다. 해수어는 담수(민물)에 장시간 닿았을 경우 삼투압을 일으켜 체내 육즙을 배출시키는데 이 과정에서 여러 맛 성분이 빠져나가 맛과 선도를 나쁘게 한다.
문제는 시중에 파는 얼음 대부분이 민물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아이스박스에 담아 올 때는 횟감이 얼음에 직접 닿지 않도록 포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이 동원되는데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신문지나 기타 종이로 횟감을 꽁꽁 싸맨 뒤 물이 새어 들어가지 않고 재질이 튼튼한 비닐(김장용 비닐이 좋다.)에 담아서 가져오는 방법이 있고, 낚시인의 경우 얼음과 횟감 사이에 부력망을 끼워서 서로 간의 접촉을 차단하는 것도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