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벵에돔 낚시에서 바늘은 대상어와 만나는 첨병이지만, 바늘을 고르는데 있어 호수만 생각했지 모양까지 생각이 미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벵에돔은 감성돔과 달리 입질 패턴에 따라 다양한 바늘을 준비해야 한다. 그것은 같은 호수의 벵에돔 바늘이라도 입질을 받거나 받지 못하는 중대한 문제다.

#. 벵에돔 바늘, 호수별 선택 기준
시중에는 같은 벵에돔 바늘이라도 다양한 모델, 다양한 특징을 가진 제품이 나오고 있다.
국내에는 금호조침을 비롯한 몇몇 업체가 벵에돔 바늘을 만드는데 완성도가 꽤 좋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국산품에 대한 선입견이 있고 실제로 품질이나 다양성에서 일제품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느낌도 든다.
우선은 그런 부분은 제쳐 두고 호수를 고르는 기준에 대해 알아볼까 한다.
어디까지나 벵에돔 낚시 입문용이므로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면 가볍게 넘겨주시기 바란다.

사진은 4호에서 9호까지 바늘을 나열했다. 수중에 8호가 없어 사진에는 생략됐다.
일반적으로 내만권 벵에돔 낚시라고 한다면, 4~6호를 많이 쓰며, 원도권에선 6~9호까지 다양하게 쓰인다. 또한, 물이 맑은 포항, 울산, 부산, 거제도는 입질이 예민해 3호나 심지어 붕어바늘도 쓰인다.
벵에돔 바늘의 경우 6호는 감성돔 바늘 2호와 맞먹는 크기다. 그만큼 벵에돔 바늘이 작다. 호수의 선택은 전적으로 잡히는 씨알에 비례한다.
자신이 가려는 지역과 포인트에서 주로 낚이는 벵에돔 씨알에 맞춰 호수를 선택하면 된다.
- 25~30cm급 벵에돔 → 벵에돔 바늘 4~6호
- 30~40cm급 벵에돔 → 벵에돔 바늘 6~8호
- 40~50cm급 벵에돔 → 벵에돔 바늘 8~10호
- 50cm급 이상 벵에돔 → 벵에돔 바늘 9호 이상
낚시는 예측이 어려운 레포츠다. 대략 어떤 씨알이 잡힐지 미리 알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대략 이러이러한 씨알이 잡힐 것으로 예상하고 가는 것이라 여기에 맞는 바늘을 준비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바다 여건에 따라 벵에돔의 먹성이 달라지는데 이때는 바늘 호수가 꽤 많은 영향을 주니 최소한 2~3가지 호수는 준비하는 게 좋다.
예를 들어, 5호를 사용하다가 입질이 약거나 반응이 없으면, 4호로 낮출 때 거짓말같이 입질이 들어올 때가 종종 있다.
또한, 5호 바늘을 썼는데 벵에돔이 삼키고 올라온다면, 호수를 높여 제물거림을 유도할 수도 있다.

#. 벵에돔 바늘, 색상별 선택 요령
벵에돔이 좋아하는 색은 기본적으로 해조류를 닮은 녹색이다. 그런데 모든 바늘이 녹색으로 나오진 않는다.
가장 무난한 색은 짙은 실버다. 사진의 검은색은 완전한 검정이 아닌 벵에돔이 좋아하는 '김'을 착안해서 만든 검녹색이다.
맨 오른쪽은 차색인데 홍갯지렁이를 꿸 때 함께 쓰면, 지렁이와 색이 비슷해 바늘을 감추고 보호색 효과를 얻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나는 바늘 색이 과연 입질에 영향을 주는 가에 대해 반신반의한 입장이다. 특히, 햇볕이 쨍쨍할 날에는 금침을 쓰고, 어둡고 흐린 날에는 흰 바늘을 사용하라 식의 기상 여건에 따른 색깔 유불리는 아직 잘 모르겠다.
다만, 바늘 색이 사용하는 미끼와 최대한 닮아 있다면, 유리하겠단 생각은 든다. 그래서 정리해 보았다.
- 검은색, 검녹색 계열 → 잡어 극성이 심할 때, 검은색 바늘이 약간의 효과는 있다.
- 녹색 계열 바늘 → 파래새우, 녹색 빵가루 경단을 이용할 때 보호색 작용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
- 차색, 분홍색 바늘 → 크릴, 홍갯지렁이(일명 홍게비)를 이용할 때 보호색 작용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
- 실버 계열 → 가장 무난한 타입으로 범용성이 넓은 올라운드 색상이다.
#. 벵에돔 바늘, 모양에 따른 선택 기준
이제 중요한 이야기가 남았다. 벵에돔 바늘을 자세히 살피면, 바늘 침의 각도가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애당초 바늘을 생산할 때는 충분한 테스트를 통해 모양을 다듬는데 이는 상황에 따라 알맞게 적용하라는 의도로 제작되었을 것이다.
가령, 같은 브랜드에서도 같은 호수지만, 모양이 조금씩 다른 바늘이 나오고 있다, 언뜻 보면 글자만 조금씩 바꿔서 출시되는 것 같지만, 이 안에는 과학이 숨어있다.
호수를 떠나 모양에 따른 종류만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바늘의 특성을 모두 알기는 쉽지 않으니 여기서는 크게 4가지로 분류해 설명할까 한다.

<사진 1>의 두 바늘은 바늘 침의 휜 각도가 서로 다르다.
보기에는 어떤 바늘이 벵에돔을 더 잘 걸어낼 것 같을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잘 걸리는지? 혹은 잘 걸리지 않는지의 문제가 아니다.
바로 '어디에 걸리느냐'의 문제다.
1) 바늘 침 각도가 안으로 많이 휜 제품
안창걸이(바늘 삼킴)을 방지해 준다. 벵에돔이 미끼를 흡입했을 때 바로 걸리지 않고 바깥으로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걸리므로 입술 언저리에 후킹될 확률이 높다. 이러한 형태의 바늘은 수평으로 운동하며 먹이활동을 하는 벵에돔보다는 미끼를 문 채 수직 방향으로 들어가는 긴꼬리벵에돔에 알맞다.
긴꼬리벵에돔 중에서도 40cm가 넘어가는 개체는 융모가 매우 날카롭기 때문에 바늘을 삼키면 목줄이 절단되는 경우가 많다. 사진의 1)번 바늘은 그런 습성을 이용해 미끼를 흡입하고 뱉는 과정에서 자동으로 제물걸림이 되게끔 유도한다.
2) 바늘 침 각도가 바깥으로 난 제품
벵에돔 입에 한 번 들어가면 대체로 잘 걸리는 속공형 바늘이라 할 수 있다. 보다시피 바늘 침이 안으로 굽지 않아서 상황에 따라 안창걸이가 될 수도 있으며, 안쪽 깊숙한 곳에 박히기도 해 뒤처리가 까다롭다는 단점이 있다.(물론, 바늘을 강제로 빼내기보다는 목줄을 자르는 편이 시간도 벌고 고기도 살리는 지름길이다.)
하지만 벵에돔이 예민하거나 한 마리를 낚아도 씨알 굵은 벵에돔이 예상된다면, 이런 형태의 바늘이 유리하다. 그래서 이런 모양의 바늘은 긴꼬리벵에돔보다 일반 벵에돔에 더 알맞다.

바늘의 목(축) 길이는 대상어의 활성도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 좋다. 3)번은 우리가 벵에돔 낚시에 자주 사용하는 표준형이고, 4)번은 목이 매우 짧은 소위 '찐따형'이다. 목(축) 길이에 따른 사용처는 다음과 같다.
3) 목 길이가 보통인 바늘
평상시에 많이 사용하는 일반적인 벵에돔 바늘이다. 범용성이 좋은 편이라고 보아도 된다.
4) 목 길이가 짧은 바늘
대체로 중량이 가벼운 바늘로 벵에돔이 상층으로 필 때 사용한다. 바늘 폭이 넓어 깊숙이 삼키지 못하고 입 언저리에 걸리게끔 설계되었기에 활성이 매우 좋을 때 사용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활성이 매우 저조할 때 즉, 상층에서 밑밥은 받아먹는데 미끼 연출이 부자연스러워 미끼 크릴을 외면하는 경우에 이 바늘을 쓰면 가볍고 목이 짧아 흡입을 돕기도 한다.
그러므로 목이 짧고 가벼운 바늘은 통상적인 상황보다는 벵에돔이 수면까지 피면서 고활성을 보이거나 반대로 수면까지 피었는데 입질은 약을 때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 제품별 특징에 관하여
지금부터는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바늘을 중심으로 대략적인 특징을 써 보았다.
1) 가마가츠 구테구레
5호를 기준으로 33.5mg의 초경량 바늘이다. 다른 제품과 비교해서도 매우 가볍다. 가벼운 바늘인 만큼 벵에돔이 상층으로 필 때 쓰는 것이 좋다. 이 바늘의 목도 비교적 짧은 축에 속한다. 벵에돔이 상층으로 곧잘 피지만, 입질이 예민할 때 사용하면 좋다.

2) 가마가츠 나노구레
이 제품도 비교적 가볍고, 목이 극단적으로 짧은 바늘이다. 위에 설명한 구테구레와 마찬가지로 여름철 및 겨울철 저활성, 저수온, 약은 입질에 대응할 수 있는 바늘이 되겠다.

3) 가마가츠 히네쿠레구레
이 바늘은 5호 기준으로 43,7mg인 보통 무게를 가진 바늘이며, 속공형 스타일이다. 목이 긴 편이며, 바늘 침이 매우 예리하다. 그래서 한번 입질이 들어오면 벗겨지지 않을 것 같은 모양을 하는데 실제로 이런 바늘은 바늘 끝이 바깥을 보기 때문에 관통과 후킹을 극대화한 타입이다.
한번 걸리면 안창걸이를 각오해야 하며, 저활성 및 한 마리 싸움이 전개되는 토너먼트 대회에 유리하다. 단점은 삼키고 올라올 확률이 높아서 뒤처리에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점.(그 경우 바늘을 빼기보단 목줄을 끊으면 된다.)

이 바늘은 세 가지 비틀림으로 출시되고 있다. 원래 벵에돔 바늘은 감성돔과 달리 비틀림이 없지만, 최근에는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비틀림을 가진 제품이 나오면서 조류 방향에 따라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됐다.
가령, 조류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갈 때는 비틀림도 오른쪽으로 휘어진 바늘이 유리하고, 반대로 조류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갈 때는 비틀림이 왼쪽으로 휜 게 유리하다고 한다.
나의 경우는 비틀림이 없는 타입을 선호한다. 겨울철 바닥에서 뜨지 않는 저활성의 벵에돔을 상대로 할 때 종종 쓰고 있다.

4) 하야부사 오니가께의 전층구레
5호 기준으로 40.3mg의 비교적 가벼운 바늘이다. 바늘이 가벼우니 얕은 수심, 중상층 공략에 유리하다. 바늘 침이 매우 예리하게 세공되어서 관통 능력을 극대화했고, 침 방향도 바깥을 보고 있어서 일단 흡입하면 빠져나오기 어려운 속공 타입으로 앞서 설명한 히네쿠레구레와 닮았다.
히네쿠레구레와 다른 점이라면 바늘이 좀 더 가볍다는 점.

5) 가마가츠 아와세미장
이 바늘은 미늘이 없다. 바늘 침도 안쪽을 보고 있다. 일단 벵에돔이 마구 물어주는 상황이라면, 일반 벵에돔이든 긴꼬리든 무조건 이 바늘을 권한다.
이유는 미늘이 없어 뒤처리가 빠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속전속결로 처리하고 마릿수를 거두기에 좋다. 바늘 침이 안쪽으로 휘어져서 안창걸이를 피하고 제물걸림(입술에 정확히 걸림) 확률이 높다는 점도 장점이다.
하지만 모든 상황에서 이 바늘을 썼다간 크게 낭패 볼 수 있다. 이 바늘은 무겁고 단단하며, 튼튼하고 둔탁하다. 여기에 바늘 침 각도가 안쪽으로 많이 휜 타입이다.
그 말은 즉, 바늘을 삼키기보다 빠져나오면서 입에 걸리는 구조다. 조금이라도 입질이 약으면 챔질 타이밍에 따라 벗겨지거나 헛챔질이 될 수도 있다.
옆 사람은 잡는데 나는 계속 헛챔질하고 벗겨지고 한다면, 이 바늘을 사용해선 안 된다. 특히, 일반 벵에돔을 상대로 이 바늘을 사용할 때는 마구 먹어주는 고활성일 때나 가능하다. 평소에는 긴꼬리벵에돔 전용이라 할 수 있다.
글을 쓰다 보니 모두 일제품인 게 마음에 걸린다. 일제품의 경우 여러 가지 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품, 섬세한 가공처리로 디테일하게 만들어내는 게 사실이다.
국산품은 이용하고 싶어도 종류가 많지 않아 선택의 폭이 적다. 최근에는 국산 바늘도 꽤 좋아졌다고 하니 기회가 되면 국산 바늘도 써보고 평을 남기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