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어회, 숙성회, 선어회"

이름은 많이 들어본 숙성회지만, 여기에 어떠한 장단점이 있는지, 왜 굳이 숙성해야 하는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이들을 위해 숙성회를 먹는 이유에 관해 알아보고자 한다.

 

 

 

특히, 바다와 인접한 바닷가 주민들은 평생을 활어회 위주로 먹어오다 보니 숙성회와 선어회는 낯설기도 하고 입에도 잘 맞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호텔과 고급 일식집에서는 산 생선을 미리 죽여서 숙성해 놓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썰어낸다. 

물론, 여기서 취급하는 생선은 매우 크다. 한 마리를 잡으면 7~8인분은 족히 나오므로 두세 명이 주문할 때마다 활어를 잡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그러한 이유 외에도 이러한 고급 일식집에서 생선을 미리 잡아다 숙성해 놓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활어회에서는 맛보기 어려운 '감칠맛'을 끌어올리기 위함이다. 우리가 마트와 정육점을 통해 사먹는 쇠고기는 짧게는 3~4일, 길게는 7~10일 정도 숙성한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들이 뜻밖에 많다. 

이 소고기를 사들여 와 가정에서 추가로 숙성하면, 육질은 더욱 부드러워지고 감칠맛도 끌어올리므로 더욱 깊은 육향을 느낄 수 있다.

 

생선회를 숙성하는 이유도 적당한 탄력감(식감)과 감칠맛을 끌어내 가장 맛있는 상태를 만들기 위함이다. 

소고기와 생선은 즉살(도살) 후 근육이 경직되는 현상이 똑같이 나타난다. 도살 직후 쇠고기 살은 마치 파도가 출렁이듯 신경 반응을 일으키는데 그 상태에서 수 시간이 지나면 사후경직에 들어가며 살이 매우 단단해진다. 이때부터 3~5일까지는 살이 질기므로 얇게 썰어먹지 않으면 안 된다. 

직영점이나 정육식당에서 구이용 소고기를 1cm 미만으로 얇게 썰어다 놓는 것도 이러한 근육의 단단함과 질긴 식감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그러다가 5일 이상 숙성이 진행되면서 사후 경직된 근육은 조금씩 풀어져 숙성이 진행될수록 더욱 부드러워진다.

 

 

 

활어도 이와 똑같지만, 근본적으로 생선 근육은 소 근육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무르기 때문에 숙성 기간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우선 활어를 즉살한 다음 포를 뜨면 근육이 출렁이며 경직에 들어간다. 생선회나 육고기나 이때부터가 가장 질긴 상태가 된다. 

다만, 생선 근육의 단단함은 소고기와 견줄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우린 그것을 쫄깃한 식감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렇게 사후 경직된 근육은 저온 보관 시 4~6시간을 넘기면서 풀어지고 24시간이 지나면서 매우 부드럽게 되는데 이를 우리는 ‘생선회가 무르다.’고 느낀다. 

이렇듯 시간에 따른 근육 조직의 변화는 어종과 크기, 활력, 즉살 방법에 따라 적잖은 차이를 보인다.

 

 

 

생선회의 쫄깃함은 그 어종이 갖는 근육의 조직감에 따라 써는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 

조직감이 단단한 돔 종류와 복어, 쥐치는 즉살 이후 두껍게 썰면 질겨서 맛의 감흥이 떨어진다. 그러다가 대여섯 시간이 지나면 단단했던 근육이 조금씩 느슨해지므로 이때부터는 두께 감을 살려서 썰어낼 수 있으며, 식감도 먹기 적당한 상태가 된다. 

반대로 숙성을 통해 조직감이 풀어진 생선회는 다소 두께감을 살려서 썰어야 무르지 않고 씹히는 맛을 준다. 

그렇게 숙성된 회는 ATP 분해에 따른 '이노신산(IMP)'이 상당수 증가한 상태여서 우리 혀는 생선회 고유의 감칠맛을 달달한 회 간장과 톡 쏘는 고추냉이와 함께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때 자연적인 성분으로 얻을 수 있는 감칠맛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1) 글루탐산

주로 쇠고기, 다시마에서 나오는 감칠맛 성분으로 이를 물에 넣고 장시간 끓이면 글루탐산이 녹아든 맛있는 육수가 된다. 

사탕수수 발효로 만든 미원도 글루탐산과 나트륨을 혼합한 결정체이므로 이 역시 끓는 물에 넣게 되면 국물에 녹아서 감칠맛을 증진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2) 이노신산

주로 생선에서 나오는 감칠맛 성분이다. 다만, 활어회에서는 이노신산 양이 극히 적다. 활어회를 초고추장에 찍어 쌈과 함께 고추, 마늘 등을 곁들여 먹으면 원천적으로 생선회 고유의 맛을 느끼기가 어려우며, 단지 씹는 맛으로만 먹게 된다. 

하지만 생선회를 저온에 숙성하면 시간 경과에 따라 이노신산이 증가하므로 일정 시간을 숙성한 회에서 더욱 강한 감칠맛을 느끼게 된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이러한 감칠맛 성분(이노신산)이 활어회에는 미미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즉살 이후 처음 몇 시간 동안은 갑자기 많은 양이 쏟아져 나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양은 줄면서 결국에는 24시간을 기점으로 최대치로 포화된다. 

이후로는 이노신산 양이 증가하지 않으며 소폭 하락한 상태에서 유지되는 듯하다가 부패에 이르면서 수치가 떨어지는 특성을 보인다.

 

 

위 도표는 활어에서 즉살, 그리고 즉살 후 경직과 해경, 자기 소화를 거쳐 부패에 이르는 단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근육에 박테리아 등 미생물이 생기는 시점은 해경부터이고, 부패에 이르면서 대폭 늘어난다. 

그러므로 우리가 활어를 잡아서 냉장 보관했다가 회로 먹을 수 있는 시간은 최대 2~4일 정도다. 

2~4일이라고 뭉뚱그려 쓴 이유는 활어 종류와 상태, 크기, 그리고 즉살 방법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A : 숙성 기간을 오래 버티는 경우 

→ 최상의 컨디션일 때 즉살, 일명 이케시메(신경 죽이기), 2kg 이상 크기, 흰살생선, 돔 어종.

 

B : 숙성 기간을 오래 못 버티는 경우 

→ 산소 부족으로 인한 고생사, 일반적인 피 빼기, 1kg 이하 작은 생선, 등푸른생선

 

A의 경우 숙성 시간을 오래 견디지만, B는 3~4일을 넘기기가 어렵다. 아래는 활어를 즉살해 저온(1도)에서 냉장 숙성했다는 가정에 따라 시간 별 상태를 적어보았다. 

 

 

0시간 : 활어 즉살 → 활어회 → 어종에 따라 식감이 찹쌀떡처럼 말캉하기도 하며, 과하게 쫄깃하기도 하다. (어종에 따라 질길 수도 있다.) 

A. 1~3시간 : 근육 경직 개시 → 일명 싱싱회  → 식감이 매우 쫄깃하고 탱글탱글하다.

B. 5~6시간 : 완전 경직 → 숙성회  → 식감이 쫀득하고 감칠맛이 느껴진다.

C. 24시간 이상 : 숙성회  → 이노신산 최대치  → 감칠맛은 매우 좋지만 식감이 약간 무르다. 그래서 24시간 이상 숙성한 회는 숙성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과 일식집, 초밥에 사용된다.

D. 48시간 이상 : 감칠맛이 매우 좋지만, 식감이 물러 주로 초밥용과 일부 물회, 회덮밥으로 사용된다.

E. 4~5일경과 : 해경 → 여기서부터는 회보다 구이와 탕감이 좋다. 

F. 6~7일경과 : 자기 소화 → 선도가 좋지 못하므로 반드시 익혀서 먹어야 한다. 

G. 8~9일 이상 : 부패 시작 → 식중독 균이 상당수 증식할 수 있으므로 먹지 않는 것이 좋다.

 

※ 위 내용은 저온(1도) 보관을 전제로 하며 즉살 여부와 어종, 크기에 따라 편차가 있을 수 있다.

 

 

 

 

 

우리나라 국민은 A~B 사이의 상태가 가장 입맛에 맞으며, 초밥은 C를 사용하는 쪽이 무난하다. 

이웃나라의 경우 지역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선어회를 가져와 숙성한 회를 즐기며, 보통 C~D에 해당하는 숙성회를 곧잘 즐긴다. 

다만, 규슈와 같이 싱싱한 활어가 많이 나는 지역에서는 A~B도 많이 소비되고 있다. 일본은 관동지방으로 갈수록 선어회를 선호하며 관서지방은 적당히 숙성한 횟감을 좋아하고, 규슈 지방은 우리나라의 영향을 받아 활어회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