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반도 연안에 서식하는 숭어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숭어와 가숭어"
이 둘은 맛과 식감, 가격에도 미묘한 차이가 있지만, 생김새가 비슷해 많이 혼동한다.
지역 시장에서도 숭어와 가숭어를 부르는 이름이 다양해 이 부분은 한 번쯤 정리하고 넘어갈 필요성을 느꼈다. 분명 숭어와 가숭어의 차이는 한끗발이지만, 여름에는 둘 다 맛이 떨어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서민들에게는 친숙한 횟감이고, 꾼들에게는 한 마리를 잡아도 온 가족이 먹을 수 있는 숭어에 관해 알아보도록 하자.
# 숭어에 관하여
표준명 : 숭어(숭어목 숭어과)
방언 : 개숭어, 보리숭어, 모치(어린 숭어), 참숭어(X),
영명 : Gray mullet
일명 : 보라(ボラ)
전장 : 80cm
분포 : 한국의 전 해역, 세계의 온대와 열대 해역, 일본, 중국
음식 : 회, 초밥, 소금구이, 튀김, 전
제철 : 12~4월(겨울부터 초봄까지)

# 생태와 특징
숭어는 숭어목 숭어과의 대표 생선으로 한국뿐 아니라 전 대양의 온대와 열대 바다에 고루 분포한다고 알려졌다. 지중해에서 잡히는 숭어도 우리나라 숭어와 '같은 종'이며, 아프리카 해안에서도 같은 종이 잡힌다.
최대 몸길이는 80cm 정도로 1m까지 자라는 가숭어와 구별된다. 숭어는 몸 길이 30cm가 넘어가면 알을 낳기 시작한다. 산란 시기는 문치가자미와 비슷한 12~2월 사이인데 정확한 산란장의 위치는 여전이 오리무중이다.
숭어 산란장으로 유명하다는 영산강 하구는 숭어가 아닌 가숭어로 지역에서는 오래 전부터 ‘참숭어’라 불렸다. 영암 어란으로 유명한 숭어 어란도 숭어가 아닌 가숭어 알로 만든 것이니 숭어와는 반드시 구별돼야 한다.
가숭어와 달리 숭어는 산란을 위해 먼 바다로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봄이 오고 수온이 반등하면, 남쪽에서 올라와 한반도 연안 곳곳에 들어온다.
염도 낮은 바닷물을 좋아하는 습성 탓에 기수역 등 강 하구에서 기웃거리다가 일부는 낚시꾼에게 잡히고 일부는 아예 하천 깊숙한 곳으로 떼지어 들어오면서 구경거리가 되곤 한다.
또한, 숭어는 비위가 매우 좋은 생선이다. 수질이 좋지 않은 생활 하수역에도 곧잘 적응하며 한낮 뙤약볕이 내리 쬐는 하천을 유심히 관찰하면 수면에서 주둥이를 내놓고 떼지어 일광욕을 즐기는데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숭어는 비위가 좋은 만큼 소화력도 좋다. 다른 물고기는 유생, 치어, 새우 같은 먹이를 먹고 자라지만, 숭어는 뻘을 흡입해 그 안에 있는 유기물과 저서생물을 먹는다.
특히, 서해의 질 좋은 개펄은 숭어가 좋아하는 각종 유기물, 저서생물이 섞여 있어 숭어가 지나간 자리는 반드시 개흙에 입술 자국이 찍혀 있을 정도다. 이렇게 개펄이나 진흙 따위를 먹고 살아도 탈이 나지 않은 이유는 위장의 유문부가 잘 발달해 개펄의 소화를 돕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 숭어는 양식을 하지 않는다.
지역 시장에서 ‘참숭어’ 또는 ‘밀치’라 부르는 숭어는 모두 가숭어를 말한다.
가숭어는 대량으로 양식되지만, 숭어는 양식을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숭어의 산란장 환경이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어 이 부분에 대해 연구가 부족하고 종묘 확보가 어렵다는 측면이 있고, 둘째는 맛'과 관련이 있다.
숭어와 가숭어의 회 맛은 엇비슷하나, 같은 제철에 맛보면 가숭어가 더 맛있다고 하여 양식업자와 어민들은 '참숭어'로 부르게 되었다.
반면에 숭어는 가숭어보다 대체적으로 맛이 떨어진다 하여 개숭어로 불리게 되었다는 설이 있다. 그런데 정약전 선생의 <자산어보>에는 이 둘의 설명이 뒤바뀌어 있다. 즉, 숭어가 참숭어라는 것이다.
# 보리싹을 틔울 때 잡힌 숭어를 보리숭어라 한다.
해마다 3월이면, 먼바다에서 산란을 마친 숭어가 연안으로 들어온다. 3~5월에 잡히는 숭어를 '보리숭어'라 하는데 이는 보리싹이 틀 무렵에 잡힌 숭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대표적인 산지는 물살이 세기로 유명한 전남 울돌목(진도대교 아래)를 비롯한 남서해안 일대이다. 울돌목의 보리 숭어는 빠른 조류를 헤치고 올라오는 회유성이 강한 숭어이므로 다른 지역 숭어보다 육질이 쫄깃하다는 것이 이유다. 식감 하나만큼은 감성돔이 울고 갈 만하다.
한편, 가숭어를 두고 보리숭어라 하진 않는다. 가숭어는 겨울에 차진 맛을 뽐내다가 봄부터는 맛이 급격히 떨어진다.
서식지에 따라 갯내나 기름내가 나기도 한다. 특히, 5~6월 서해 봄 감성돔 시즌에 떼지어 다니면서 낚시를 방해하는데 이때 잡힌 가숭어는 맛이 떨어진다.


# 숭어와 낚시
숭어는 낚시 실력과 상관없이 누구나 거치는 친숙한 어류다. 지역에 따라 숭어와 가숭어가 함께 잡히기도 하지만, 서식 영역이 달라 혼획되는 곳은 많지 않다. 낚시 방법은 그 어떤 어종보다 다양하다.
1) 릴 찌낚시
감성돔 채비에 B 막대찌와 B봉돌을 달고 수심 50cm~1m를 노리는 가장 기본적인 낚시 방법이다. 미끼는 머리와 꼬리를 뗀 크릴이나 곤쟁이를 사용한다.
2) 꽃낚시
동해와 남해 동부권에서 유행하는 조법으로 겨울에 많이 행해진다. 가숭어보다 숭어를 노릴 때 사용하는 이유는 겨울에 지방막으로 된 눈꺼풀이 눈을 덮어 시력이 나빠지기 때문이다.
훌치기 용 갈고리 바늘에는 미끼 대신 형형색색의 리본을 매달아 내리며, 호기심 많은 숭어가 그것을 건드릴 때 채는 일종의 훌치 낚시다.
3) 훌치기 낚시
3~4개의 훌치기용 갈고리를 연달아 매달아 숭어떼가 지나가면 수면을 훑는 것으로 낚시라기보다 사냥에 가까운 방법이다.
4) 강화도식 던질낚시
숭어와 망둥어가 주 어종인 강화도에는 2m가 넘나드는 초대형 지렁이인 '강화털갯지렁이(표준명 흰이빨참갯지렁이)를 사용해 낚시하기도 한다.
항, 포구, 방조제 혹은 갯바위가 포인트로 대형 던질찌를 부착하고 맨 아래에 20~30호의 고리봉돌을 달아 던진다.
바늘은 3개 달린 가지 바늘을 사용해 강화털갯지렁이를 짧게 잘라 몸통만 꿴다. 찌는 어신 파악용이 아니고 바늘 세 개를 수중에서 가지런히 세울 목적이다.
5) 좌대 떡밥낚시
좌대 낚시터에서 주로 하는 일종의 떡밥 낚시다. 숭어 전용 사료를 물과 함께 혼합해 반죽한다. 채비는 '스프링 채비'라는 숭어 전용 바늘이 있다. 야구공 만한 떡밥으로 바늘을 감싼 뒤, 던질 낚시를 하듯 그 자리에 다소곳이 내려 바닥에서 입질을 받아내는 식이다.




# 숭어의 식용
적약전 선생의 <자산어보>에는 ‘고기 맛은 좋고 깊어서 물고기 중 첫째로 꼽힌다.’로 기록되었으니 아주오래 전부터 식용어로 사용했음을 시사한다.
겨울부터 초봄에 잡힌 숭어가 맛이 좋아 지금은 봄철에 한 번쯤 먹어 봄직한 생선회로 주가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는 매스컴 보도의 역할이 컷다. 어부와 낚시꾼은 잘 먹지 않은 숭어를 알림으로써 특산물화 했고, 지역 경제와 어민의 소득 증대에도 좋은 영향을 미쳤다.
숭어 요리법이 하나 둘씩 개발되면서 숭어를 찾는 이들이 조금씩 늘고 있는 것이다.
싱싱한 건 회로 먹고 남은 건 탕을 끓인다. 먹다가 남은 살은 카레 가루를 발라 튀기거나 전을 부쳐 먹으면 좋다.
숭어는 저렴한 생선으로 대게 활어회를 막 썰어 초고추장에 찍어 먹곤 한다. 하지만 숙성회를 맛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3년 전 겨울, 황제도에서 낚은 숭어를 하루쯤 숙성해서 먹으니 그렇게 맛있을 수 없었다. 숭어는 한 마리를 잡아도 씨알이 커서 활어회보다 몇 시간 정도 숙성한 회가 낫다.
특히, 하루쯤 숙성한 숭어회로 초밥을 쥐면 그 풍부한 감칠맛에 봄철에 잃어버린 입맛을 되찾지 않을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