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울 견지 낚시를 하게 된 계기는 푹푹 찌는 폭염 속에서 피서 낚시로의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마침 한조 크리에이티브 박범수 대표의 권유로 여울 견지낚시를 체험할 기회가 있어 다짜고짜 따라갔다.

이른 아침에 도착한 곳은 충주호 근처의 남한강 비네섬. 도착하자 아침 안개가 자욱이 피었다.
물가가 있는 곳이라면 뭐든 낚시가 이뤄지겠지만, 줄곧 바다낚시만 하던 내 눈에는 별천지도 이런 별천지가 없다. 아늑하면서 고요한 분위기.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힌다.
남한강에는 제법 넓은 섬이 몇 군데 있는데 비네섬은 다리가 놓여 차량 출입이 가능하다. 견지낚시를 하지 않는 내게 박대표님이 자신의 장비를 빌려줬다.
흡사 연날리기처럼 생긴 견짓대에 채비는 카본사 원줄 1.5호에 역시 카본사 목줄 1.2호로 벵에돔 낚시에 쓰이는 제품이다.
장비를 한둘씩 꺼내 용도를 설명하는데 이때의 기분은 뭐랄까? 마치 낚시를 처음 하는 쌩초보자의 기분이랄까.
모르는 것 투성인 데다 낚시용품도 생소하다. 이런 낚시를 벵에돔 낚시 전문가인 박대표께서는 예전부터 꽤 즐기고 있었던 것.

사진은 설망이라고 밑밥을 넣어 고기를 유인하는 망이다. 이 안에 깻묵과 구더기를 넣어 흐르는 강물에 담가두면 집어가 되는 방식이다.
사실 나는 구더기를 아주 무서워한다(?) 예전부터 구더기를 혐오한 탓에 만지기가 꺼려지는데 이 때문에 박대표님으로부터 '낚시꾼 맞냐?'는 식의 놀림을 받기도 했다.
먼저 박범수 대표가 물에 들어가 시범을 보인다. 들어가 보니 확실히 강물이 차긴 차다.
이런 물에 하반신을 담그고 있으니 폭염도 잊을 만하겠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수장대를 물속에 박아 넣는 것이다.


쓰러지지 않도록 물살의 반대 방향으로 꽂아 단단히 고정한 뒤, 손잡이에 끈을 묶어 설망과 연결한다.
밑밥이 가득 든 설망은 떠내려가지 않도록 편납을 붙여 물속에 던져 넣는다. 나는 꼬물거리는 구더기 대신 구더기 모양의 웜을 사용하기로 했다.
바늘은 벵에돔 4호다. 바늘 침이 살짝 나오도록 꿴 뒤 캐스팅한다. 물살에 맞춰 줄을 풀었다가 당겼다가 하며 놀리는데 먼저 던진 박대표께서 작은 물고기를 올린다.
그리고 내게 들어온 입질. 생각보다 묵직했는데 견짓대가 확 꺾이더니 순간 터지고 만다. 걷어보니 바늘 위 목줄이 깔끔히 잘렸다.
대물 누치일 확률이 높다고 한다. 아이고 아까워라.

이어서 박대표께서 제법 큰 물고기를 낚는데 혼인색을 띤 수컷 피라미다.
이후로는 다량의 물풀이 떠내려와 낚시를 방해해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차를 몰고 5분가량 상류로 이동했다.

정확한 지명은 모르나 근처에는 댐이 있었고 여울 견지낚시 동호인으로 보이는 분들이 자릴 잡고 낚시 중이다.
물칸을 살피는데 5~6자급 누치가 한가득 들었다. 허리춤밖에 되지 않은 얕은 강에서 이런 게 잡히다니 적어도 이런 건 바다보다 낫구나.
분위기로 보아 복장이며 장비며 제대로 갖추고 하는 전문 견지 낚시꾼 같다.

먼저 와서 자릴 잡은 자리일 테니 저곳이 포인트일 터. 뒤늦게 온 우리는 이분들 낚시에 방해되지 않도록 다소 떨어져서 자릴 잡았다.
수장대를 꼽고 설망을 투척한 뒤 곧바로 시작하는데 고개를 돌리자 옆 사람이 뭇에서 어른 팔뚝만 한 누치를 잡아 올리는 게 아닌가?
사실 피라미나 갈겨니를 생각하고 온 나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한 장면이다. 민물낚시는 관심 밖이었는데 이 장면을 보니 조금은 설렌다.
그리고 생초보인 내게도 첫 입질이 닿았다. 얼떨결에 받은 입질은 녀석의 강력한 힘에 봉쇄되면서 낚싯대 아니 견짓대를 어떻게 놀려야 할지 감이 안 선다.
생각보다 강렬한 힘이 연약한 견짓대를 타고 전해지자 흥분과 기대보다 당황스러움이 앞선 것이다.
깊은 곳으로 들어가려는 누치, 그것을 막아보려고 버티는 나. 그런데 전해지는 힘은 견짓대가 버텨줄 탄성을 이미 넘어섰으니 드랙을 줘야 하는데 방법을 모르니 급한 대로 물고기 쪽을 향해 걸어나가야 했다.
일단 걸어나가니 힘이 분산돼 채비는 터지지 않는데 계속 걸어나가자니 모양새가 꼴사납다. 물고기에게 끌려가는 꼴이 바로 이건가 보다.
결국, 성급히 끌어보려다 터트리고 만다. 조금은 당황스럽다. 옆에서는 줄잡으면 안 된다며 호통이다.

이어서 박대표께서 입질 받고 파이팅에 들어갔다. 저 연약한 견짓대로 어른 팔뚝보다 큰 녀석을 끌고 오기가 생각처럼 쉽지 않다.
줄도 가늘어서 녀석이 고개를 확 젖히고 나갈 때 드랙을 주지 않으면, 가차 없이 터진다.
이때는 몰랐는데 견짓대 방향을 앞으로 기울이면 알아서 줄이 풀린단다.


일종의 드랙 효과다. 5분 아니 7~8분 정도 걸렸을까? 한동안 이어진 밀당에 지친 누치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누치를 잘 모르지만, 이 정도면 견지낚시로 잡을 수 있는 대물 중의 대물이 아닌가 싶다. 씨알이 정말 훌륭하다. 이런 걸 대상으로 한 낚시였다는 사실이 반전을 넘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어서 두 번째 입질이 내게 닿았다. 이번 입질은 마치 광어 다운샷에서 대광어를 건 것처럼 저돌적이다.
깻묵을 짓뭉개 다시 던져넣자 물살에 퍼지며 연막 띠를 형성하고 밑밥 동조를 위해 재빨리 채비를 투입했던 것이 주효했나보다.
발 앞 가까운 곳에서 받은 입질로 견짓대가 확 꺾여서 깜짝 놀랄 정도였다.

견짓대는 사용 중인 바다 낚싯대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연질이어서 마치 부시리가 차고 나가는 느낌마저 든다.
초반에 스퍼트를 올리며 달아나는 녀석에게는 견짓대를 내어주며 줄이 풀리도록 하는 방법 외에는 달리 없다.
그러다가 녀석이 잠잠해질 틈을 타 감는데 다시 차고 나가면, 풀어주고 잠잠하면 당기고를 반복하면서 긴 시간 파이팅하는 것이 여울 견지의 특징이자 장점이다.

생각해보면 벵에돔 낚시는 파이팅 시간이 길어아 1분 남짓인데 비해 여울 견지는 일단 걸면 5~10분이 소요되니 말이다.
아무래도 요령이 부족한 탓일까? 거의 근처로 끌고 왔는데 기어이 터트리고 말았다.


이번에는 박대표와 여울 견지 동호인의 더블 히트. 동호인은 끌고 오다 터트린 것으로 보이고, 박대표는 여전히 파이팅 중이다.
해보니까 이 낚시의 핵심은 다름 아닌 '침착함'이다. 수십 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긴 시간을 들여 차분히 끌어와야 한다.
근처로 다가오면 마음이 급해져 실수를 범하는데 박대표는 여기서부터 시작임을 보여주려는 것인지, 한참을 들여서라도 끝내 잡아내는 근성을 보인다.

시간은 오전 12시. 허리춤까지 몸을 담그고 있으니 해가 중천에 떴음에도 폭염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입질도 수그러들 기미가 없으니 그만큼 철수 시간이 늦었는데, 박대표는 정리에 들어갔고 나는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던져보자 했던 캐스팅에서 기어이 누치를 걸고 사투에 들어갔다.
사실 입질이 왔는지도 몰랐다. 채비를 걷는데 뭔가 묵직함이 느껴져서 감아보니 그때부터 이 녀석이 힘을 쓰기 시작. 아무래도 미끼를 물고 가만히 있었나 보다. 마지막이니만큼 끝내 얼굴을 보고자 최대한 신중히 감았다.
풀어줄 때는 풀어주고 당길 때는 당기면서 어쩌면 40~50m는 족히 끌고 오지 않았나 싶다.
그렇게 파이팅이 시작된지 10분이 넘었다. 박대표가 정리를 마치고 차에 시동을 거는데 나는 여전히 실랑이 중이고. 그런데 뭔가 느낌이 이상하다.
거의 다 끌고 왔을 즈음 누치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교통사고가 아닌가? 바늘이 비늘에 살짝 걸린 상태에서 그 먼 거리를 끌고 온 거였다. 허허.. 수심이 얕아지면서 얌전히 끌려오던 녀석이 몸부림치는데 바늘은 설 걸려있으니 이를 어째야 할까?
이 상태에서 낚싯줄 텐션이 조금이라도 풀린다면 그대로 벗겨질 것이 뻔하다. 안 되겠다 싶어 줄을 감으며 녀석에게 다가섰다.
누치는 발 앞 3m 지점에서 첨벙거리고 있고, 나는 손을 뻗어 녀석의 주둥이를 잡으려는데 그것이 눈에 보였는지 갑자기 발버둥치면서 팅.
아직 끝이 아니다. 바늘은 벗겨졌지만, 체력이 바닥 난 녀석은 중심을 잃은 채 수면에 둥둥 떴다.
손으로라도 잡아야겠단 생각에 성큼성큼 걸어나가 팔을 뻗었다. 이제 입안으로 손가락을 넣으면 게임은 끝이다.
조금만..조금만 더 뻗어서..그렇지 그렇게 입에 닿으려는데 순간 흐트러진 몸을 바로 세우더니 물속으로 들어가버리고 만다.
아 안돼. 쫓아가려 하자 더욱 맹렬한 기세로 들어가더니 그렇게 사라지고 말았다.
나의 첫 여울 견지낚시는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꼴사나운 모습으로 마무리되었다.
뭔가 좀 아쉽다. 손맛은 징하게 봤는데 잡아 올려서 사진을 남기지 못한 것이 한으로 남는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다음을 기약해야겠다.







